고은미 편집위원 emko@etnews.co.kr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시각장애인협회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통신사인 아메리카온라인을 장애인에 대한 편의장치 미비를 문제삼아 제소한 것이다. 이유는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을 위해 문자를 음성으로 변조하는 특수한 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아메리카온라인의 통신용 소프트웨어는 시각장애인용 보조 프로그램들과 호환성이 없어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소 근거는 지난 90년 제정한 미국의 장애인법이다. 이 법은 모든 공공장소에 휠체어용 램프와 점자표시판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실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도 과연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고 한다. 일단 아메리카온라인측은 내년에 발표할 새 버전은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되도록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이버 세상의 삶에 대해 일반인들이 그냥 넘겨버리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세상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제공하기 어렵겠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얼마간의 기술적 고려만으로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완벽한 복지공간이자 민주공간을 꾸밀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인터넷을 통한 무한한 가상의 세상을 창출하는 것이며 진정으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인터넷 이용자가 568만명에 이르는 세계 10위의 인터넷 선진국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사이버 공간에서 장애인들이 활동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개선책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난 10월 열린 「99 한국인터넷대상」 시상식에서 1등의 영예를 안은 임현수 군도 장애인이다. 장애인들도 인터넷 세상에서 불편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장애인이 정보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기술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이에 3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부는 시각장애인의 인터넷 사용을 위해 음성으로 웹메뉴를 안내하고 각종 데이터를 음성으로 출력하는 인터넷 활용도구와 웹사이트를 내년 말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지체장애인용 화면 키보드도 내년 말까지 개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정보서비스·교육기관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재활정보센터에서는 종합정보망 「곰두리 인포넷」을 운영하면서 정보제공·원격상담·교육·상호교류·채팅 및 장애인 생산품 전자상거래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곰두리 인포넷」은 PC통신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며, 컴퓨터 무료보급과 교육사업도 한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받아 정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미비한 점도 없지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이제 장애인을 상대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 중에는 사이버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가 벅차고, 일반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사이버 세상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지체장애자들도 우리 정보사회 구성원의 일원이다. 그들도 정보사회에서 대등한 대우를 받으며 일익을 담당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사이버 세상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바로 그런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