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MP3"인가

생활전자부·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인터넷 혁명이 일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MP3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MP3 관련 사이트가 그동안 줄곧 수위를 지켜온 포르노사이트를 밀어내고 가장 많은 접속건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MP3 음악 보급을 가로막았던 저작권 문제가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서비스가 재개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음반사와 MP3서비스 업체 등 관련업계가 합심해 마련, 조만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작권문제 해결방안은 공급자 입장만 고려했지 정작 이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실제로 많은 관계자들이 그동안 무료로 제공받던 MP3 음악을 곡당 900원씩이나 주고 살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통신으로 서비스되는 MP3파일은 저작권보호를 위한 보안장치가 갖춰져야 하지만 이 경우 예전의 MP3파일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편집할 수 없고 또 이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보안장치를 풀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마디로 애써 마련한 저작권문제 해결방안이 누구나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음악을 MP3파일로 변환, 여기에 가사나 문구를 삽입하는 등 원하는 대로 편집해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는 MP3의 최대 장점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보호를 위한 장치가 꼭 필요하고 이를 이용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 들이 외면하는 상품은 이미 상품가치를 상실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음반사를 비롯, 서비스사업자나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무엇을 위해 저작권문제를 둘러싸고 지리한 줄다리기를 해왔는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소비자들 입장에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