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랜드>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큰 흐름 가운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혁명 여파는 자본시장 개방으로 세계적인 빅뱅이 예고되는 금융시장이라고 결코 예외일 수 없습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엄청난 부실 여신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은행업계에서 국내 초우량은행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52)은 밀레니엄 전환기의 기로에 선 금융기관의 신경영 화두로 「디지털」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을 꼽는다. 디지털 및 글로벌화에 의해 2000년대에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 시장 범위, 경쟁자, 고객 등 금융산업 개념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행장은 『금융규제 완화로 자본시장에 대한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제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매각으로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대형 외국계 은행이 등장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통합되는 글로벌화 현상은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한다.

 금융시장의 디지털화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김 행장의 생각이다. 인터넷의 급부상과 정보와 지식에 대한 고객 수요와 이의 신속한 공급체계 구축을 목표로 디지털기술이 금융시장과 갈수록 밀접하게 연계되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금융, 비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시간·공간적 제한이 없는 사이버금융은 앞으로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은행은 이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비전과 비전 실현기반을 갖추기 위한 경영혁신 활동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김정태 행장이 은행 점포의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하는 신영업점 구축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영혁신의 한 맥락이다.

 주택은행은 21세기에 대비한 신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데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중요시한다. 김 행장은 이와 관련, 『경영환경과 시장 분석을 통해 수익성이 높고 발전 가능성이 큰 핵심시장을 선정한 후 은행의 모든 역량을 집중, 경쟁우위를 확보해야만 해당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주택은행은 도소매 금융을 포괄하는 종합금융기관으로의 지향을 포기하는 대신 소매금융에 특화, 2004년까지 세계일류 수준의 소매은행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경영비전을 최근 수립했다. 즉 최상의 고객서비스와 편리한 금융서비스 제공망을 구축해 개인과 중소·벤처기업에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소매 전문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15일부터 전국 점포에 도입된 신영업점 시스템은 우선 빠른 업무 처리를 원하는 고객과 충분한 상담을 원하는 고객 등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창구를 분리·배치한 점이 특징. 또 개인 및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은행거래나 담보없이 대출과정을 투명하게 했으며 세계 수준의 콜센터를 설치, 전국 어디서나 시내전화 한 통화로 500여 전문상담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 행장은 『이같은 선진 영업시스템을 통해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의 국내 진출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우량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격변기를 맞고 있는 국내 금융업계에서 세계 일류 소매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는 주택은행의 신경영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