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휴대단말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단말기와 인간의 거리를 줄이는 과정이다.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은 아예 건물을 독차지해 이용자는 컴퓨터가 설치된 방에 들어가야만 했다. 물론 사용자 역시 아주 극소수였다. 전화 역시 마찬가지. 마을의 공공기관 정도에 하나쯤 가설돼 있어 이를 이용하려면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책상 위에 올라온 것은 PC가 탄생되면서부터다. 이것이 80년대 후반 소위 랩톱 혹은 노트북이라는 이름으로 마침내 인간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소위 개인휴대단말기(PDA)라는 이름으로 주머니 속에까지 들어 오게 됐다. 전화도 유선의 경우 반경 수십미터 내에서는 이동이 가능한 제품이 나오더니 이동전화가 등장, 거리를 걸으면서도 통화가 가능한 세상이 됐다.
21세기는 개인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퍼스넷」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단말기가 퍼스넷 시장을 장악할 것인가이지만 아직 뚜렷하게 부각되는 선두주자는 없다. 지금으로서는 다만 그 가능성을 점쳐보는 단계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통신기술이 복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PC와 TV, 전화의 용도별 구분이 명확했지만 기술혁명에 따라 이들을 모두 하나의 단말기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 21세기는 어떤 단말기라도 「정보」를 다루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고 그 연결고리는 인터넷이다.
지금도 그런 조짐은 보인다. TV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은 기본이 됐고 PC 역시 TV보다 뛰어난 해상도로 공중파 영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미 가전업계와 컴퓨터업계의 영역이 허물어진지는 오래됐다. 통신업계도 뒤지지 않는다. 이동전화가 음성통화에 주력했던 것은 「옛날」이다. 이제는 인터넷 사용이 기본이 됐다.
그래서 21세기 휴대단말기의 정상 자리를 놓고 컴퓨터·가전·통신업계가 한 치 양보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대방의 강점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꿈의 이동전화라는 IMT2000이 발진한다면 이같은 휴대단말기 시장에 일대 격변이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IMT2000 단말기가 휴대단말기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실현성은 미지수이다. PDA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IMT2000 단말기의 자랑은 고속으로 이동중에도 언제 어디서나 영상전화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각종 사이버 세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과 사용친화력에서는 여타 단말기를 압도한다.
반면 모든 것을 무선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품질 및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 전화라는 속성 탓에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작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모든 정보기기의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있다는 필연적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정보단말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일반 사용자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자신의 용도를 꼼꼼히 따진다. 일종의 선택적 친화력을 갖고 있는 계층이다. 음성보다 정보처리에 비중을 둔다면 오히려 PDA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PDA는 컴퓨터에서 출발한 제품답게 정보처리 기능이 훨씬 뛰어나다. 윈도CE로 대표되는 자체 운용체계(OS)를 탑재하고 있다. IMT2000 단말기가 해결할 수 없는 세세한 컴퓨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돌릴 수 있다. 물론 휴대성 및 이동성도 보장된다. 「스탠드 얼론」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정보는 무선접속을 통해 해결한다. 게다가 빌 게이츠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서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PDA의 약점은 IMT2000의 강점을 뒤짚으면 된다. 사용효율성과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컴퓨터업계와 통신업계가 서로의 취약점을 집중 강화, 닮은꼴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개념의 차이는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경쟁도 이와 비례, 격화될 전망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