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필수적인 슈퍼컴퓨터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연구가 최근 미국 국립연구소와 IBM 등 기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뉴멕시코 주에 있는 샌디아 국립연구소는 최근 600대의 PC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1초에 2326억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233G플롭스(Flops)급 슈퍼컴퓨터인 「C플랜트」를 내놓았다.
C플랜트는 현재 전세계에 보급된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44위에 오를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지만 컴퓨터 제조비용은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동급 다른 슈퍼컴퓨터에 비해 가격이 20∼30% 수준인 75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 기상청이 최근 일본NEC로부터 도입한 슈퍼컴퓨터(128G플롭스)는 C플랜트보다 성능이 뒤떨어지지만 가격은 두배에 가까운 1300만달러이고 또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인 블루 퍼시픽의 가격은 무려 9400만달러에 달한다.
샌디아 연구소가 슈퍼컴퓨터의 가격을 1000만달러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시중에서 구입한 값이 싼 PC를 600대나 병렬로 연결, 연산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샌디아 연구소는 이를 위해 PC를 최대 1000대까지 병렬로 연결할 수 있는 리눅스 운용체계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PC를 더 많이 연결하기만 하면 C플랜트보다 성능이 우수한 슈퍼컴퓨터도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컴퓨터 거인인 IBM도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손잡고 무려 1500대에 달하는 PC를 병렬로 연결, 연산처리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현재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2위와 3위에 각각 올라있는 「블루 퍼시픽」과 「블루 마운틴」을 보유하고 있는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도 최근 슈퍼컴퓨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팀을 본격 가동시킴으로써 병렬처리 방식의 저가 슈퍼컴퓨터 개발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저가 슈퍼컴퓨터가 연구소는 물론 대학과 기업에서도 널리 활용되어 컴퓨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