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는 AK47이라는 우수한 소총이 있는데, 이 총은 발사속도가 빨라 1분에 800발을 쏠 수 있고, 고장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총의 큰 단점은 반동이 커서 사람이 쏘면 쇄골을 부러뜨린다. 그래서 소련 군인들은 이 총을 쏠 때는 어깨에 패드를 넣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능만 중요시했지 소비자의 입장을 개념에 넣지 않은 것이다. 그에 비하여 일본의 64식 소총은 반동이 가벼운 것으로 세계 1위이고 명중률도 높다. 그러나 구조가 복잡해서 고장이 나는 확률이 크다.
미국의 M16은 반동에 있어서는 64보다 크고 AK47보다 약하며 명중률과 정밀도가 좋고, 고장이 잦지 않다고 한다. 하나의 소총으로 그 나라의 민족성이나 가치관을 평가할 수 있었다.
『여기가 숙소입니다. 이리 올라오십시오.』
대사관저 안으로 들어가면 숲이 있는 뒤쪽에 관사로 보이는 숙소가 있었다. 모두 3층 빌라식으로 되어 있는 건물인데 크게 세 동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 중 가운데 있는 건물 앞에서 차를 멈춘 로버트는 나를 안내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옷가지를 비롯한 소지품이 들어있는 트렁크를 함께 들고 올라갔다. 가운데 있는 방을 지나면서 그곳이 바로 자기 방이라고 말했다. 바로 그 옆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향긋한 박하향 같은 향기가 풍겼다.
잼이 쓰던 방입니다.』
『잼이 누군데요?』
『흑인으로 전기기술자입니다. 고약한 냄새가 나서 향을 피워놓았나 봅니다. 향내 좋군요. 동양 사람들은 이런 향을 좋아한다면서요?』
의식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로버트는 인종 차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앞건물 1층에 식당이 있습니다. 집무실은 대사관저 안에 있는데, 내일 아침에 안내하지요. 그때 대사를 비롯한 간부들에게 입관 보고를 하도록 합시다. 그런데 피곤하지 않다면 나하고 시내로 나가서 모스크바 거리를 구경할까요? 식사도 밖에 나가서 합시다.』
『고맙습니다. 먼저 샤워를 하고 나서 당신의 방으로 갈테니 잠깐 기다려 주겠습니까?』
로버트가 방을 나갔다. 창문에 가려진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울창한 나무가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저편 길이 보였으나 텅 비어 있었고, 저녁인데도 백야 현상으로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