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남 부국장 대우 국제부장 bnjung@etnews.co.kr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강대국은 어떤 나라일까.」
군사력이 강한 나라. 금융이 강한 나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나라. 모두 아니다. 디지털혁명이 본격화되는 21세기에는 인터넷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가 유력하다는 게 정답이다.
21세기 초 우리는 1000만명의 인터넷인구를 보유하게 된다. 또 세계인구의 20% 가량이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고 이같은 비율은 갈수록 더욱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이 사회·경제의 각 분야에 침투해 기존의 문화를 바꿔놓는 디지털혁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디지털혁명의 근간은 역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에서는 소유권의 명확한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혁명의 발생 이후 지금까지는 유형의 재산권이 중시돼왔다. 따라서 이의 소유권 설정문제가 항상 이슈였다.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제3의 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무형의 지식과 기술이 경쟁력 있는 유일한 자원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 된다.
디지털시대에 원료는 어디서든지 공급받을 수 있고 금융은 글로벌화돼 세계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빌려올 수 있다. 그러나 지식자원은 보유하지 않으면 어디서 공급받을 수도 빌려올 수도 없다. 따라서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강국은 지적재산권의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선진 각국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지적재산권 관련법령을 앞다투어 손질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8년 10월에 저작권법을 개정했으며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관련법령 개정에 힘쓰는 것은 당연히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맞게끔 지적재산권을 장려해 자국이 세계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선진 각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재정립 논의의 초점은 「실제와 가상세계에 현재와 동일한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압축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세계도 실제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과 현실에 기반한 실정법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근접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연방법원이 판결을 통해 전자상거래 기법에 대한 특허보호의 길을 열어놓았고 이에 따라 인터넷 특허출원과 관련해 잇따라 특허권자와 영업권자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가격과 원매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역경매시스템의 기술을 복제한 혐의로 프라이스라인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했고 원클릭 온라인 쇼핑기술 도용문제로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간에 법적 공방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출원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국내 로펌에 따르면 최근 특허분쟁에 따른 법적 자문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1주일에 평균 10여건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특허청은 인터넷 관련 핵심기술 대부분이 외국기업에 집중돼 있어 내년 말께부터 우리나라도 외국의 특허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도 인터넷 관련법령의 정비를 서둘러 관련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른 관련특허를 다량으로 보유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20세기 후반 우리의 IT산업이 세계 선진국의 특허분쟁에 휘말려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등 국제경쟁력이 약화됐던 전철을 밟지 않고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선진 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21세기에는 지식이 강대국의 관건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해 명확하고 간편하게 집행할 수 있어야만 지식산업이 발전한다. 사이버세계는 국경없는 전쟁터에 다름아니다. 레스터 서로 교수는 말한다. 『미래의 자본가들은 지식의 장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