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울뿐인 "소비자보호"

생활전자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소비자보호원은 최근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보호를 위한 중장기 비전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중장기 비전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대해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겉포장지만 둘렀을 뿐 정작 21세기에 적합한 내용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점은 돌보지 않은 채 과거에 발표됐던 정책들을 나열하거나 새로 제시된 과제도 너무 거창해 그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마저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제조물책임법·집단 및 단체소송 등 피해구제제도다. 소보원은 이 피해구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이들 과제는 이미 수년전에 발표돼 현재까지 실천되지 않은 과제다. 새 천년을 맞기 전 풀어야 할 숙제인 만큼 중장기 정책과제로는 걸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소비자보호 전문가들은 따라서 예전의 정책과제를 다시 나열하기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제조물책임법의 경우 기업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실천논리가 제시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집단 및 단체소송제와 징벌배상제도와 관련해서도 자칫하면 오남용의 우려가 큰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이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누릴 수 있는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비자행정의 규제강화 차원에서만 고액의 징벌배상제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효과보다는 정부의 수익만 고려한 안이한 태도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소비자보호를 위해 방대한 내용을 담은 「중장기 비전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법·제도를 갖추기만 하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예로 여겨진다. 시급히 해결할 소비자보호 정책과제는 우선순위를 정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새 천년에 떠오를 과제는 미리 정책안을 제시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보원의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