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렌드> 하이텔 김일환 사장

 몇년 전 L프로야구단이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의 일이다.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감격도 있었지만 이 프로야구단이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승리만을 위해 강압적인 훈련이 일반화돼 있던 시대에 「자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감독이하 모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경기에 임해 얻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업계에도 자율바람이 불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자율」을 주창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율이 통하는 업종이지만 사장이 직접 자율을 강조하는 업체가 바로 한국통신하이텔이다. 아무리 자율이 바탕이 돼야 하는 인터넷사업이라지만 공기업의 틀 안에서 얼마나 자율을 보장할 수 있을까 초기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김일환(46) 사장이 지난 5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정은 사뭇 달라졌다.

 먼저 공채 전문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이 말하듯 젊음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영은 일단 성공으로 표현된다. 대상고객이 1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젊은 계층인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를 즉시 반영하는 적응력이 성패의 관건이다.

 따라서 그의 경영철학 제1조는 실질과 성과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직원 모두 무조건 전문가여야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아마추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가입자 수 172만명으로 인터넷통신업계 2위의 자리를 달리고 있지만 조만간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경영스타일 역시 사업 중심이다.

 그는 변화하는 인터넷시장의 발빠른 대처를 위해 제휴에 관한한 개방형(?)이다. 『인터넷시장은 절대적인 아(我)와 피아(彼我)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제든 「적과의 동침」을 준비중입니다.

 외국사업자의 국내진출 및 대기업의 시장침투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중소사업자의 포털서비스 진출로 경쟁이 다변화되는 만큼 현위치 고수는 곧 후퇴를 뜻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가격인하를 무기로 한 온라인업계의 경쟁가열로 손익구조가 악화되고 두루넷·드림라인 등 고속망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이 시장 굳히기에 들어간 만큼 변화와 개선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라고 김 사장은 말한다.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그의 도전적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경영마인드가 확고한 만큼 직원들에 대한 사기진작책 역시 「채찍과 당근」의 적절한 조화다.

 내년까지 2급 이상 직원들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여기에 사업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와 사내 벤처 및 소사장 제도를 도입해 열심히만 하면 탐스런 과실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당근」을 가미했다. 이외에 텔레마케팅 전문화를 위한 분사를 추진중이며 우리사주제·코스닥 등록도 추진중이다.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를 저변에 깔고 직원들의 사기를 고무시키고 있다.

 김 사장이 세운 하이텔의 2002년 비전은 다른 인터넷통신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전문회사로 2002년 시가총액 2조, 매출 6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가입자와 매출액면에서 국내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역시 온라인, 인터넷, EC포털 사업 등을 3대축으로 하고 있다.

 자율과 성과를 경영철학으로 삼는 김일환 사장은 『인터넷사업은 「편승」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선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인 만큼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맨파워가 하이텔이 꿈꾸는 미래경영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