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이라는 로맨틱 영화로 일반인에게 익숙해진 곳, 시애틀.
WTO 뉴라운드 출범을 반대하는 수만명의 비정부기구(NGO) 시위로 예정시각보다 5시간 늦게 개막한 「새천년 새판」에 하나라도 더 자국에 유리한 맛있는 「파이」를 얻고자 시애틀에 온 각국의 장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각국 언론이 이들에게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이 새천년 디지털 엘도라도인 인터넷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IT업계 리더들이 대거 이곳에 모이고 있다.
이들은 시장접근, 이행, 새 이슈, 세계무역기구 제도개선 등 뉴라운드 5개 분야 이슈 중에서 가장 포운이 자욱한 농산물개방 문제 때문에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도 비교적 여유롭게 자신들의 이익을 재촉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들이 노리는 포석은 두가지.
하나는 곧 만료되는 전자상거래 무관세를 연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WTO 가입으로 확실한 황금시장이 된 중국과 개도국에 대한 지재권침해 문제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이들 미국 IT업체들은 떼지어(?) 기자회견과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전자상거래(ecommerce) 행사를 하루종일 실시하는 등 정부가 주역인 이곳에서 정부 못지않게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 정부라고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는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깃발을 들고 세력확장에 나서 지난 아태각료회의(APEC) 회담에서 전자상거래 무관세에 대해 큰 성과를 거둠은 물론 내년 10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이에 대한 국제규범을 만들도록 하는 파워(?)를 선보인 바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류국가로 전락하리라던 예측을 IT기술의 발전으로 가뿐히 넘기며 기존의 경제이론에도 없던, 첨단기술이 창출한 국부, 「신경제」를 만들고 있는 미국이 새천년을 코앞에 두고 보여주는 또 하나의 「슈퍼파워」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