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네프 패포즈
로터스디벨로프먼트의 CEO 제프 패포스(45·Jeff Papows)는 미국 정보기술산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한사람이다. 컴덱스를 비롯, 세계 주요 콘퍼런스의 단골연사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로터스가 IBM에 인수된 이후에도 경영의 재량권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휘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패포스의 업적은 그룹웨어 「로터스 노츠」의 개발을 주도한 것. 또한 그는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서 뛰어난 전략가이자 지식관리론의 대가이기도 하다.
패포스는 올해 펴낸 저서 「지식관리론」에서 지식을 관리하는 조직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21세기 기업경영을 위한 기본조건이 지식관리라는 전제아래 조직이 보유한 정보와 지식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인적관리는 대학시절 그의 전공이기도 하다.
흔히 IT업계의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eCEO에 세가지 타입이 있다고 말한다. 정글, 진흙탕길, 그리고 고속도로 스타일이다.
정글형은 보통 「하드 코어(Hard Core)」로 비유되는 배고픈 기업가다. 이들은 고객도 없고 제품도 없고 매출도 없으면서 회사를 시작해 정글속에 뛰어든 전사처럼 위기를 헤집고 나가 결국 길을 찾아낸다. 반면 진흙탕길을 뛰어오르는 CEO는 초기시장을 찾지 못해 베타유저를 고객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물건을 팔아도 돈이 들어오지 않고 수입은 AS를 해주고 따로 챙긴다. 그러다가 차츰 이름이 알려지면서 성공을 거머쥔다.
반면 고속도로 스타일은 아이비리그를 나와 컨설턴트로 직행하거나 대기업에서 몇년 동안 경영수업을 착실히 쌓고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창업해 단숨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그렇다면 자수성가로 오늘날 로터스의 CEO가 된 패포스는 전형적인 정글형 CEO다. 그는 노르위치대학에서 생물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CCU로 옮겨 휴먼 리소스 매니지먼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81년 허름한 슈퍼마켓 2층에 파라테크놀로지를 차렸다. IBM 미니컴퓨터용 워드프로세서를 판매하는 작은 회사였다. 그리고 차례로 계단을 밟아 93년 Cognos를 운영하다가 로터스로 옮겼다. 96년 10월 로터스의 COO에서 사장으로 취임한 후 세계 최고의 CEO 대열에 합류했다.
패포스는 바로 그런 굴곡 있는 과거 때문에 스캔들에 휘말려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사임압력을 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한 유력지는 패포스가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고아로 자라나 해병대에 입대했고 걸프전쟁 훈련중 참호에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 동료병사를 구해냈다고 평소에 고객과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것.
그러나 미 해병대는 패포스가 항공교통 관제관이었을 뿐 비행기를 몰아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해병대를 대령으로 제대했다는 말도 거짓이며 명문 페퍼다인대학의 박사학위도 가짜로 드러났다. 심지어 태권도 유단자도 꾸며낸 것이고 고아출신이라는 말도 농담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친구들은 패포스가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경쟁업체의 음모라고 반박한다. 한차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긴 했지만 패포스는 로터스의 CEO로 변함없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