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08)

 우리는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주로 토산품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그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1480년 모스크바 대공국이 이반 3세에 의해 몽골의 지배를 벗어나 슬라브 민족의 전제군주 국가를 수립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러시아의 중앙집권적인 차리즘이 성립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의 기반이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옮겨지고, 이때부터 농노제도의 기반이 구축됩니다. 이반대제 사망후 농노제도에 반대하는 카자흐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귀족간의 왕위 분쟁이 일어나자 로마노프 왕조가 등장합니다. 18세기 전반에 표트르 대제 때 유럽 국가의 일원이 되었고, 18세기 후반 카테리나 2세 여제는 판도를 넓혀 다민족 국가로서 소련의 기초를 확립합니다. 그러나 민족해방운동이 각처에서 끊임없이 일어났고, 농노제도에 반대하는 푸카초프의 반란과 나폴레옹 원정 후의 정치적 혁명을 지향하는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1917년 11월 7일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파가 같은 해 2월에 수립된 멘셰비키파의 임시정부를 타도하고 세계 최초로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로버트는 말을 마치고 나를 돌아보면서 잘 배웠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지루한 이야기가 이제 끝나서 반가운 생각에 대답했다.

 『좋은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거리는 목각인형과 호박을 파는 것이 전부입니까?』

 『그렇지요. 단순한 곳이 바로 소련이라는 곳이지요. 이 나라는 물자가 풍부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생활용품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인색합니다. 한 세기를 통해 억압된 공산주의 체제에서 생활한 이들은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공산 치하에서도 파스테르나크나 솔제니친, 그리고 솔로호프 같은 대문호가 나오기는 했지만, 창의적인 예술의 리듬이 끊겼지요.』

 길 한쪽에 나이 어린 소녀 두 명이 바이올린을 켜면서 서 있었다. 바이올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진 로버트가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서서 연주를 들었다.

 『이 아이들의 연주는 조잡하지만, 이 애들은 음악가로서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으로 이곳에 나와서 연주도 들려주고, 돈도 벌지요.』

 그는 1루블짜리 한 장을 꺼내 아이가 벗어놓은 모자 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