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유협의 "감투싸움"

문화산업부·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최근 제6대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영유협) 회장 보궐선거에서 진석주 전 회장이 또 다시 당선됐다. 진 회장은 지난 6월 중소 프로테이프 제작사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3년형의 선고를 받고 풀려난 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인데 보란 듯이 재당선된 것.

 영유협 회장은 전적으로 대의원들의 손으로 뽑힌다. 따라서 대의원들의 신성한 권리행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인정하는 단체의 장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점을 냉철하게 되새겨 볼 때는 얘기가 좀 다르다. 단체장은 회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진 회장 스스로가 법원에서 먼저 혐의를 벗는 명예회복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이번 선거에서 진 상대쪽의 반응이다. 스포츠가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치로만 따지자면 선거도 마찬가지다. 민주사회의 가장 공정한 룰은 바로 선거다. 선거를 통해 표출된 의견은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에서 패한 쪽은 이유야 어찌됐건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를 도와주는 도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불거져나오는 얘기는 이같은 패자의 도리가 아예 사라진 듯하다. 진 회장 재임시 있었던 문제를 다시 들춰내 집행부를 마구 흔들어대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창피하다. 이래가지고서 어떻게 비디오 대여점을 할 수 있을까』 『이러니까 대여점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고 되뇌이는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일선 대여점주들은 현 집행부의 감투싸움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비디오산업발전위」와 같은 임의단체가 나와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싶다.

 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보궐선거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감투싸움만 계속 하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