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33)

블루마운틴아츠 스티븐 & 수전 슈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좀더 멋지고 개성있는 전자우편 카드를 찾아 웹서핑에 나서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우편 카드는 우체국에 갈 필요 없이 클릭 한번으로 지구촌 반대편까지 사연을 보낼 수 있어 신세대들에게 인기다. 웹에는 수많은 인터넷카드 사이트들이 있지만 블루마운틴아츠는 오 헨리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소박하고 다정한 슈츠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마다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30년 전 겨울, 스티븐과 수전 슈츠는 주말마다 콜로라도 보울더의 번화가를 찾았다. 아내 수전은 이름없는 시인이었고 남편 스티븐은 미술가였다. 거리의 악사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렸다. 이들은 작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밤새도록 만든 장식품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실크스크린으로 날염한 벽걸이며 포스터, 그림 따위의 소품들이었다. 따뜻한 성탄절을 맞고 싶었던 가난한 예술가 부부가 팔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은 그것 뿐이었다.

 이제 스티븐과 수전은 추운 겨울, 거리로 나갈 필요가 없다. 온라인 전자우편 숍 「블루마운틴아츠」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네티즌을 위한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로 했다. 몇년 전만 해도 블루마운틴아츠는 마니아들이 아니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조그만 업체였다. 하지만 96년 9월 「bluemountainarts.com」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후 손님이 몰려 이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자우편 카드 사이트 중 하나가 됐다. 이곳에 가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중국·포르투갈·일본과 함께 한국어 카드도 준비돼 있다.

 단지 네티즌들에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카드를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아이디어는 인터넷 비즈니스로 예상치 못했던 성공을 거뒀다. 종이카드를 사려면 돈을 따로 내야 하고 우편요금도 든다. 하지만 블루마운틴아츠에서는 문구점보다 훨씬 독특하고 다양한 카드들을 고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네티즌을 즐겁게 하는 것은 대부분의 카드가 무료라는 점이다. 카드에는 「기적을 믿으세요」(Believe in Miracles), 「사랑하는 딸에게」(To My Daughter, With Love)같은 낭만적인 글귀와 함께 세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수전은 일곱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라이더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로맨틱한 시들을 써왔다. 스티븐은 MIT와 프린스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물리학도였지만 어릴 때부터 아티스트의 기질을 타고났다. 그는 뉴욕의 음악예술학교에서 디자인과 드로잉, 서예를 배우면서 예술에 재능을 보였고 시인인 아내를 만나면서 결정적으로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스티븐은 자바언어로 3D 애니메이션을 그리는가 하면 에어브러시 페인팅, 아크릴, 파스텔, 석판인쇄 등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그동안 슈츠 부부의 시집과 아트워크는 1200만점 이상 팔렸다. 재능있는 아티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 언론인, 프로그래머들이 이들 부부를 도와 블루마운틴아츠.컴에 작품을 보내고 있다.

 블루마운틴아츠.컴은 전자상거래 전문지가 매년 선정하는 사이버숍 톱10 리스트에 포함될 만큼 유명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돈을 버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수전과 스티븐은 상술에 오염되지 않고 인터넷의 기본이념에 충실한 사이트를 운영함으로써 그들의 로맨틱한 시와 그림만큼이나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