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분야의 대북 교류

 지난 96년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 국내 IT업체들의 북한교류사업 범위가 최근 들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남북한간 갈등으로 IT분야의 북한교류사업이 불투명해 보였으나, 최근 이러한 갈등관계를 뛰어넘어 북한교류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남북경제교류 관련규제를 예전에 비해 크게 완화하고 북한도 경제교류사업을 개방하는 추세인 데다 국내 IT업계의 적극적인 남북교류 사업의지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남북교류 품목이 전기와 전자에서 통신과 컴퓨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 국내 IT업계의 남북교류 금액은 올해 450만달러에서 1200만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나고 IT 교류업체 수도 올해 7개에서 내년에는 15개 업체로 증가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다.

 IT업체뿐만 아니라 국어정보학회도 최근 북한 조선컴퓨터센터와 내년부터 남북한 한글정보화의 일환으로 정음기호 28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컴퓨터 문서작성기 공동개발에 합의했다고 한다.

 IT업체의 사업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동안 기술지도와 위탁 형태의 임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존 남북교류 협력사업이 완제품 생산 형태로 바뀌고,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북한내 판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난 8월 남북한 국어 및 컴퓨터 관련 학자들은 중국 연변에서 남북한 통일 컴퓨터용어사전인 국제표준정보기술사전을 공동 발간한 적이 있어, 이번 국어정보학회가 조선컴퓨터센터와 문서작성기를 공동 개발하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IT업체와 국어정보학회의 북한교류사업 및 공동개발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돼 IT분야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남북한 정보통신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IT업체의 북한교류사업은 짧은 시일 안에 그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국내 업체간 사업협력이나 합작도 사업방식과 업무한계, 그리고 이익배분 등에 이견을 해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아직 이질성이 해소되지 않고 체제가 다른 북한기업과의 교류사업에서 당장 이익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교류사업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서로가 인내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사업성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사업의 범위를 계속 넓혀갈 수가 없다. 더욱이 북한교류사업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관련업체들은 북한과 교류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사업방식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만약의 사태를 가정한 여러가지 보장책과 안전장치를 앞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IT업체들의 북한교류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민간 차원의 협력체제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IT업체의 북한교류사업이 남북한 경제협력의 촉매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