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신화를 창출했던 국내 기업들의 이동전화 설계·개발인력들이 대거 외국기업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관련업체들이 설계인력 공백에 따른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주요 업체들에 따르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이들 업체에서 노키아와 모토롤러로 유출된 인력만도 100명선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들 이동전화 설계연구인력들은 대부분 4∼5년 경력의 핵심인력들이어서 업계의 IMT2000 관련 장비 및 단말기 개발은커녕 당장 시급한 이동전화기 신모델 설계나 장비개발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이후 모토롤러와 노키아가 한국에 각각 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을 통한 중국시장 공략과 함께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로 함에 따라 인력유출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 업체들이 특히 삼성·LG·현대 등 선발 3사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삼아 1억5000만원에서 2000만원의 스카우트비를 제시하고 별도로 7만달러 수준의 연봉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실상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들어 이동전화단말기 설계인력의 대거 유출로 몸살을 앓아온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이동전화기 메이저 3사는 영업 외에 인력확충 및 교육을 통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가전부문의 인력을 긴급히 확충해 교육하면서 이동전화단말기 부문 설계인력으로 양성해 나가고 있다.
현대전자(대표 김영환)도 미국 샌디에이고와 일본 동경 소재 연구소를 통해 현지 설계인력을 긴급 채용, 설계인력 공백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LG정보통신(대표 서평원)도 연구원들에 대해 실시해 온 개발성과 보상제도(인센티브제)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는 한편 내년부터는 스톡옵션제를 실시해 설계인력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이같은 핵심인력의 유출로 인해 업체간 상호 인력이동 및 스카우트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기업 연구원으로서 갖는 메리트만으로 외국기업에서 제시하는 고임금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