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73);기업내부의 재정의 (4)

 제조업이나 중공업에서 생산과 유통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산을 재배치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협은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화학산업을 연구하다가 일찌감치 켐커넥트(ChemConnect)와 같은 신흥 정보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업체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1 대 1로 만나는 가상시장을 구축하고 있었다. 고정자산이 없는 이들 중개업체는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가격과 재고정보를 수집하고 대량의 화학제품 및 특수제품까지도 수급을 조절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모두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이들도 보다 자동화된 시장, 즉 파이어플라이(Firefly)나 장고(Jango) 등의 업체가 개발중인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로 대체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중개업체는 현재 수익 면에서 제조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뛰어난 정보를 이용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키고 제조업체들에 대해 최소한의 마진만 얻을 수 있게 상품가격을 정하도록 만들면서도 자신들은 모든 거래에서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의 우위가 그런 중개업체들로부터 보호장치의 역할을 했으나 정보를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지금은 먼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이것은 화학산업에만 해당되는 원칙이 아니다. 통신 중개업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통신대역폭을 대량으로 사고 팔았다. 이 같은 일은 앞으로 전력 및 에너지 산업에서도 일어날 것이며 석유와 가스산업에서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로드아일랜드주의 주도인 프로비던스시는 최근 에너지 공급업체를 자체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구매 컨소시엄으로 바꿨다.

 이러한 산업에서 생산자들은 특수제품에 주력하거나 새로운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자신들도 아예 중개기능을 갖춤으로써 정보중개업체들의 위협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유연성이 필요한데 낡은 인프라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로서 유연성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한 대형 화학회사의 디지털 전략 개발을 도운 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맞불을 놓는 작전이다. 현재 이 회사는 급부상하고 있는 정보중개업체들을 물리치기 위해 자사와 고객, 공급업체들을 연결하는 거대한 「정보 파이프라인」-자신들이 거의 50년 동안 구축해 온 실제 파이프라인을 모델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은 앞으로 전화나 우편, 전자문서교환(EDI), 그리고 구매 및 송장(Invoice) 등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통신프로토콜 등 기존의 모든 임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또 이 파이프라인은 인터넷의 개방형 표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EDI를 훨씬 능가하는 성능을 자랑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재고와 중복출하(또 다른 거래비용)를 줄이는 것이 다른 산업분야-특히 소매업-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비용절감의 주제였지만 우리 의뢰인의 접근방법은 이 같은 발전단계조차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정보 파이프라인은 회사로 하여금 고객들에게 가상의 완제품 목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회사가 공급부족의 위험이 없을 때에도 자사가 보유한 일반 및 특수제품의 재고를 줄여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주문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를 고취시키는 부가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모든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는 안심하고 생산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정보 파이프라인의 다른 한편에 있는 공급업체들, 특히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가상재고에 대한 관리가 쉬워지고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