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트렌드> 영유통 조하영 부회장

 『영업사원에 대한 신분보장이 없는 한 진정한 마케팅이란 있을 수 없다.』

 삼성·현대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IMF사태 이후 영상분야에서 잇따라 사업철수의 수순을 밟는 가운데 정반대로 5년만에 영상사업 재진입을 선언하고 나선 영유통(대표 조하영)의 이같은 「파격 선언」은 단연 눈길을 끈다.

 경영난으로 대기업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비디오제작사들이 영업사원을 이른바 「홀 세일러」방식으로 채용하고 있으나 영유통은 이를 과감히 타파하고 나선 것이다. 따라서 영유통의 130여 영업사원은 모두가 정규직이다.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일이 사라졌고 자사 제품에 대한 애착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조하영 부회장의 설명이다.

 『영업실적에 따라 일정금액을 분배받는 커미션세일즈방식으로는 영업사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없습니다. 소속감을 부여하고 신분을 보장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하영 부회장은 영상제작·유통사의 생명은 영업사원이며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영업사원을 우대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커미션세일즈방식은 회사에는 불이익이 없고 손해가 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영업사원에게 떠넘겨 영업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단언한다. 영업사원을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재고와 경영부담을 안아야 하지만 이를 상치할 수 있는 효과가 더 많다는 것이 조 부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특히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좋은 영업망을 통해 파는 것이 정도가 아니냐』며 되묻기도했다.

 이 회사는 그래서 재고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영업사원에게 「핸드 헬드 터미널(Hand Held Terminal)」을 지급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고객관리는 물론 작품정보, 주문,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리를 실시간에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재고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긴 하나 궁극적으로 배급사와 대여점을 하나로 묶는 일관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루트세일즈를 정착시키겠다는 것도 기존 프로테이프 유통사들과는 다른 영업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루트세일즈란 영업사원 자신이 맡은 지역을 주문과는 관계없이 일정하게 매장을 방문, 대여점주들의 희망사항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으로 「유통사와 고객사」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방식이다.

 조 부회장은 『앞으로 영업실적은 물론 루트세일즈를 열심히 하는 종업원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인사고과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유통은 최근 숨어 있는 고객을 많이 창출했다. 기존 제작·유통사들의 고정 거래선이 1만3000여개에 그치고 있는 반면 영유통은 1만7000여개에 달한다. 공격적이고도 선진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한 결과라는 것이 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프로테이프 제작·유통업체로의 위상을 한층 더 다질 계획으로 「크림비디오」라는 자체브랜드를 개발했다. 그러나 백화점식사업은 지양할 계획이다. 『한우물 파기도 힘든데 여러 우물을 다 팔수 있겠느냐』는 것이 조 부회장의 생각이다. 비디오 전문 제작·유통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영유통의 콘셉트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좋은 영화와 비디오에 대한 투자는 아낌없이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영유통의 차별화된 정책이 프로테이프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