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부·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10일 아침 「기업간 전자상거래(CALS) 시범사업 간담회」자리. 건설·자동차·전자·국방 등 4개 업종 대표이사 및 중역들이 참석한 비중 있는 자리에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회의 주제를 위해 참석했다. 4개 업종의 CALS 추진 경과보고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남궁 장관은 첫마디부터 강경한 어조였다.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일하는 것 만큼 정부가 자금지원을 하겠다. 하지만 제대로 안될 경우 정부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업계의 CALS 추진을 적극 독려했다. 남궁 장관은 가장 먼저 사업을 추진한 전자 4사의 「일렉트로피아」를 예로 들어 『3년이 지나도 아직 이렇다할 성과물도 없고 업체간 협력도 안됐다』며 업계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남궁 장관은 이어 『전자업종 CALS 추진을 위해 정부가 지원금 18억6000만원을 지원하고 30%도 안되는 민간부담 8억원(업체당 2억원)을 책정했으나 이마저도 눈치를 보며 내지 않은 기업이 있다. 아마 LG전자가 아직 부담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LG전자에 화살을 쏘아댔다. 장관 오른쪽에 앉아 있던 정병철 LG전자 사장은 아무말이 없었다. 머쓱해진 장관이 김동훈 CALS/EC협회 부회장을 불러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LG전자가 부담금을 가장 먼저 냈는데요.』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무안해진 장관이 「한마디」 부탁을 하며 정 사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정 사장은 『사실 부하직원들이 부담금을 내자고 했을 때 내가 만류했다. 아직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사업에 무턱대고 돈을 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관리출신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계획된 사업에만 돈을 쓴다』며 우회적인 역공(?)을 펼쳤다.
이어 남궁 장관은 화제를 돌려 타업종 대표들의 발언을 유도한 뒤 이날 회의를 「업계 자율」이라는 의미를 달아 끝마쳤다.
배순훈 전 장관에 이어 업계 출신 장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남궁 장관의 발언은 항시 관심의 대상이다. 종종 나오는 『나도 삼성에 있어봐서…』의 의미는 장관으로서 비 삼성 대표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되돌려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