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조물책임(PL)법의 시행시기가 2002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더 연기됐다.
PL법은 가공공산품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재산상·신체상 피해를 입을 경우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과 상관없이 피해를 보상해주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98년 재정경제부가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법화를 추진하였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제조업자의 과실을 소비자 스스로가 입증해야 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업에 대항하기에는 시간상 또는 절차상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보상을 포기했다. 대부분 이웃이나 친구 등 주변사람들에게 제품의 하자를 불평하거나, 정도가 지나칠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PL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 자체로만 제조업체나 수입상에게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
PL법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재산상·신체상 피해에 대한 사후 구제도 필요하지만 피해를 주는 제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도록 근원적이고 예방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보상을 함으로써 인기상품이 뜨면 곧바로 출시되는 조잡한 유사제품의 난립도 줄어들 것이며, 얼마 전 이슈화된 자동차의 급발진사고 같은 문제도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입품의 경우 유통업자가 아닌 수입상이 피해보상을 해야 되기 때문에 값싼 불량제품의 무분별한 수입을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소비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PL법의 조기시행을 바라고 있었으며, 재정경제부도 그동안 PL법의 조기시행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국회재경위는 업체들에 사전 준비기간을 충분히 준다며 이 법의 시행시기를 당초 2001년 1월에서 2002년 7월로 연기했다.
나는 이번 연기가 정치인의 당리당략에 따른 이권 지키기가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제반 여건을 준비하는 순수한 취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한혜수 서울 성북구 돈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