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처기업과 "망둥이"

 『A업체의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데 우리도 최소한 10만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보다도 실적이 부진한 B업체 주가가 30만원을 넘어섰는데 5만원이면 싼 것 아닙니까.』 『사업내용이나 외형이 우리와 비슷한 C업체도 액면가의 수십배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를 받았지 않습니까.』

 최근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회사들이 투자 대상기업과 가격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일부 벤처기업의 주가가 무려 100만원까지 치솟으며 이른바 「황제주」 취급을 받자 미래의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덩달아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뉴밀레니엄 최고 유망업종이라는 인터넷분야로 가면 더 가관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몇몇 인터넷업체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자 이제 갓 설립된 신생기업들조차 상상을 초월하는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일쑤다. 액면가의 6∼7배는 기본이며 웬만큼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면 금세 10배를 넘어선다. 거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비단 이들 벤처기업만의 잘못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벤처기업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해도 받아들이는 벤처캐피털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의 적용되고 있는 것. 심지어 최근엔 일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코스닥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가 늘어나자 일부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입도선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주가는 미래가치에 대한 현재 반영이다. 아직은 미숙한 벤처기업이지만 제2의 「다음」이나 제2의 「새롬」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업종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벤처는 특히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로 성공확률이 10%도 채 안되는 것이 일반론이다. 『잉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실감난다』는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푸념이 더욱 크게만 들리는 것이 요즘 벤처업계 분위기다.

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