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장비·단말기산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에서 보여준 내수와 수출이 사상최대의 호황 구가,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한 통신장비 분야의 위상변화로 대변된다. 이와 함께 방송 및 통신장비의 융합현상의 본격화 양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으로는 역시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이 꼽힌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CDMA방식 이동통신서비스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올 들어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서 최대 호황을 보였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98년 세계 디지털이동전화 판매량은 97년대비 40% 이상 증가한 1억3700만대 규모였고 이중 CDMA단말기가 1700만대나 팔렸다. 이러한 수치 가운데 국내기업들은 올해 내수시장에서만 1400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수출시장에서도 급속한 수출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올 연말까지 국내업체는 98년 세계시장 전체 판매량 수준의 CDMA단말기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CDMA방식의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늘어난 290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업체의 수출은 전세계 CDMA단말기시장 규모의 37%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세계 시장에서 CDMA방식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4.5%에서 내년에는 17.7%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이 시장의 호황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정보통신 시장에서는 또 내수시장 인터넷 산업의 급성장을 바탕으로 활성화의 기치를 높이 든 각종 통신장비시장도 숨가쁜 성장세를 보여준 한 해였다.
통신네트워크장비 산업분야는 음성장비에서 데이터통신장비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되는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케이블망을 통한 각종 통신서비스가 이뤄지면서 방송장비와 데이터통신장비간 융합현상은 가속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데이터통신시장의 급성장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케이블모뎀 등 새로운 고속 데이터통신장비 시장을 형성했으며 폭발적인 인터넷 트래픽의 증가는 코넷이나 보라넷 등 국내 인터넷 기간망 장비의 수요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정부의 강력한 정보화 추진 계획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초고속 국가망 구축과 관련된 전국적인 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기 망이 구축되면서 통신장비 공급사업자들은 전반적인 시장 확대를 맛보았다.
반면 시분할교환기(TDX)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음성통신장비 시장은 줄곧 시장축소로 이어지는 급속한 추락을 경험한 한 해였다. 지난 96년 업체당 200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음성용 국설교환기는 현재 400억∼500억원 규모로 위축됐으며 총시장규모도 2500억원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또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의 내년도 음성교환기 구입예산도 올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지속적 감소추세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환기를 중심으로 한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의 구조조정 가속화가 예상되면서 데이터통신 위주의 사업재편이 급진전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장비분야 기술은 본격적인 방송·통신기기 융합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한 해였다. 케이블TV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 서비스, 위성방송 및 위성인터넷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관련 방송장비에 데이터 통신기능이 필수조건으로 따라붙었던 것이다.
특히 IMF사태 이후 극도로 침체됐던 케이블TV 장비업계가 한국전력 광 동축(HFC)망 및 중계유선망을 활용하는 인터넷서비스의 확대에 따른 관련 방송국운영자(SO)들의 방송장비 교체수요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앞으로도 방송과 데이터통신을 위해 상·하향 TV신호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증폭기를 비롯한 각종 케이블TV 장비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방송법의 제정작업이 본격화되면 위성방송 및 위성통신장비 시장도 활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단순 방송수신 기능만을 갖춘 위성방송수신기(SVR)가 도태되고 양방향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디지털형 SVR시장이 개화할 전망이다. 기술은 있으나 판로가 없던 위성방송·통신수신용 PC카드 및 위성데이터 통신장비 등도 위성방송·통신시대 개막에 힘입어 부흥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
올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은 사상 최초로 내수시장과 비슷한 수준인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전화 단말기업체들의 수출물량은 전세계적인 이동전화단말기 수출 붐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평균 4∼5배 폭증한 45억달러 수준(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시장에서 1400만대 규모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 등 주요 단말기업체들은 4조∼4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그동안 내수에 주력해온 국내 업체들의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비중을 높이면서 산업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 가운데 선발 삼성전자는 올해 약 20억달러 이상의 수출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결실을 거두고 있다.
또한 국내에 진출한 모토롤러의 한국지사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도 자사의 브랜드인지도에 힘입어 한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공급사인 팬택·어필텔레콤·텔슨전자 등을 통해 수출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이들 3사가 거둬들이는 수출규모도 최소한 5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규모의 절반에도 못미치던 수출규모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전세계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이 CDMA방식을 잇따라 도입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국내업체들의 수출지역 확대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물론 국내 업체들의 품질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최근 한국을 자사의 설계·개발기지로 삼아 전세계 시장개척을 준비중인 가운데 인력유출이나 해외시장 경쟁을 하면서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3∼4년간의 호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섰던 국내업체들은 수출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살리느냐 못살리느냐 하는 분기점에 서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장비
국가 정보화 사업의 기반 인프라가 되는 네트워크 산업은 IMF이전 수준인 지난 97년에 근접하고 있다. IT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는 상반기 국내 구내통신망(LAN) 시장이 전년대비 61.4% 성장한 1억844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전체 시장규모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을 포함한 주요 통신사업자 및 ISP들의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확충 사업이 지속되고,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보여 준 성장세를 유지해 전년도 대비 44.7% 성장한 3억73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한국IDC는 전망했다. 이는 지난 97년 시장규모의 80∼90% 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예산이 책정된 초고속국가망용 ATM교환기를 비롯한 원거리통신망 장비, 그리고 ADSL 및 케이블 모뎀 장비 등 신규시장의 형성으로 전반적인 데이터통신장비 시장 전체 규모는 IMF이전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ADSL 가입자는 12만명 수준이며 케이블모뎀 가입자는 16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ADSL시장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케이블모뎀 시장도 이와 비슷한 1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 고속인터넷 장비와 관련, 총 2000억원에 가까운 시장이 새로 발생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시장확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시장에서 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반기에 사상 처음 10%선을 돌파, 15.8%에 달했으며 올 하반기까지 합치면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ADSL, 케이블모뎀과 같은 신규 데이터 통신장비에서는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점차 두드러지는 추세다. 반면 전통적인 통신장비 시장은 음성통신장비 시장이 시장 포화에 따라 대폭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97년 국내 교환기 4사의 교환기 분야 매출액은 4500억원이었으나 지난 98년에는 30%이상 줄어든 3000억원에 그쳤으며 올해는 이보다 15%가량 줄어든 2500억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장비
연초 중계유선방송의 가용채널 수가 12개에서 31개로 늘어났고, 무선 케이블TV망이 보급됐으며, 두루넷·하나로통신·드림라인 등의 케이블TV망 인터넷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방송신호 및 데이터 통신장비의 수요가 폭증했다.
특히 중계유선방송 채널 확대를 위한 750㎒ 신호증폭기(Amplifier), 방송 및 데이터 전송서비스를 위해 5∼42㎒ 및 54∼750㎒의 상·하향 신호를 동시에 수신하는 양방향 증폭기, 데이터 무선전송을 위한 수동소자류(Passives), 주거밀집지역이나 공장의 통신시설에 채용하는 광가입자지역장치(ONU) 등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동양텔레콤·대성전자·KE&T·호서통신·아진테크라인·중앙텔레콤 등 케이블TV 장비업계의 생산설비가 완전 가동됐다.
아직 관련 장비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약 3800억∼7000억원 규모의 교체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한 전국 850여개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도 인터넷서비스 관련장비 구매를 서두르는 추세여서 2000억∼8000억원의 수요를 추가로 예상할 수 있다.
위성방송수신기 관련업계는 수출만도 97년 4575만달러, 98년 6825만달러어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양방향TV 및 데이터통신을 구현할 제한수신시스템(CAS)기술과 디지털화가 전제조건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내수시장에선 위성방송프로그램의 부재, 통합방송법 표류 등으로 누적 보급대수가 4만여대에 불과했으나 통합방송법의 통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대륭정밀·기륭전자·휴맥스·프로칩스 등이 중소기업 전문업종으로서 특화돼 있고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PC상에 위성방송·통신을 구현하는 수신카드 및 송수신시스템시장의 싹이 움텄다. 텔리맨·디지트라시스템·한강시스템·한별텔레콤·두인전자·자네트시스템 등이 관련장비를 개발하고 수출에 나서고 있다. 관련 내수규모는 연간 10억원을 밑돌 정도로 취약하나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