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75);기업내부의 재정의 (6)

 이 석유회사는 자신들의 조건으로 독립 판매상들과 경쟁하는 대신 「버추얼 퓨얼 컴퍼니(VFC)」라는 전혀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안해 냈다. 몇 가지 중간단계를 거쳐 사업모델이 완성되면 이 회사는 난방기름을 만드는 업체로서만 존재할 뿐 나머지 활동은 파트너들이나 가상공간을 통해서 수행하게 된다. 초기 단계에는 고객들이 전화나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주문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가정의 기름탱크에 센서를 부착해 무선 네트워크나 인터넷으로 생산기지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할 경우 VFC는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들에게 탱크를 채울 때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이미 VFC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충분한 저장 및 운송능력을 갖추고 있는 주도적 운송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공급 흐름을 조절한다. 그리고 VFC는 예상 판매량에 근거해 운송회사 시스템에 수령 및 배달일정을 전달해 주게 된다.

 이 의뢰인이 채택한 새로운 모델의 이점은 명백했다. 이제 이 회사에는 더 이상 고비용의 판매 및 공급기능이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주문 과정을 외주에 맡기고 공급 및 유통망은 가상공간에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들과 새로운 정보채널을 이용해 환경이나 규제문제 등과 같이 상호이익에 입각한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격 면에서 지역 딜러들과 적극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현재 이들 딜러가 가지고 있는 입지와 개인적 친분관계의 이점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하나 하나의 이점이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편리함의 증진으로 전환된다. VFC는 시스템을 통해 독립 딜러들보다 더 나은 판매 및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고객의 (난방)장치에 대한 유지보수 일정 등 다른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당사자들이 지극히 한정된 시간 안에 거래해야 되는 대신 VFC는 하루 24시간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기름을 공급하는 것이다.

 VFC의 경우는 이미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사업모델 자체를 파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가 자신들의 전략을 완수할 때까지 의지를 관철할지, 또 회사의 고객(그리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VFC의 텃밭이었던 가정용 난방기름 시장은 앞으로 과거와 전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95년 아마존.컴은 월드와이드웹에 최초의 가상서점을 출범시켰다. 투자 은행의 직원이었던 제프 베조스가 가족들에게 빌린 돈으로 설립한 아마존은 97년 중반에 250여만권의 엄청난 도서-대부분 아마존의 판매 및 유통협력업체들이 관리하고 있는-를 구비한 세계 최대 서점으로 성장했고 특송업체인 UPS를 통해 신속하게 전세계에 책을 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97년 중반까지 아마존은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있는 34만이 넘는 고객들에게 서적과 테이프, 기타 미디어들을 판매하기에 이르렀으며 96년 1600만달러이던 매출은 이듬해 간단히 2배로 늘어났다.

 베조스에 의하면 그의 온라인 전용 회사는 28개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