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16)

 레닌 언덕에서 산책을 하고 밤이 늦어 그녀를 집에다 바래다주었다. 그녀의 집은 크렘린궁에서 가까운 간부 주택단지에 있었다. 그곳은 차관급 이상의 고위간부들이 사는 아파트로서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아파트와 별로 다를 것이 없지만, 블록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모습이었다. 모두 3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인데, 건물 안에는 단지 내의 가족만이 출입을 할 수 있는 국영상점이 있었고, 그 상점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각종 소비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고르바초프도 그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하였다. 입구에서는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그녀와 헤어졌다. 아파트 입구와 인접한 큰길 아래 지하로 들어가서 전철을 타고 외교가 블록으로 향했다. 모스크바는 붉은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쳐 있는 도로가 매우 잘 되어 있었는데, 도로 못지 않게 지하철도 잘 되어 있었다. 도로 가운데 당 간부를 비롯한 특수 차량만 다니는 길이 따로 있었다. 무산 무계급 원칙을 부르짖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특수 간부들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서 당 간부들은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었다. 소위 붉은 패스포트라고 해서, 당 고위간부들이 지니고 있는 신분증은 구별이 되었는데, 물건을 사거나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어도, 그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중간에 끼어들어 그것만 보이면 무조건 통과되는 것을 보았다.

 그 붉은 신분증은 당간부뿐만이 아니라 영웅훈장을 받은 예술인이라든지 군인들에게도 있었다. 붉은 패스포트를 가진 사람이 중간에 끼어들어 새치기를 해도 그 뒤에 오랫동안 줄을 지어 서 있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불평은커녕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에 나는 나타샤의 별장에 초대받았다. 다음날이 그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서기장이 여름 별장에 다녀왔다는 등의 기사를 읽은 일이 있어 적어도 서기장 정도는 별장이 있는 것으로 알았지만, 붉은 패스포트를 지닌 사람이면 거의 모두 별장이 있었다. 나타샤의 아버지가 사용하는 별장은 모스크바에서 100㎞ 정도 떨어져 있는 강변에 있었는데,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나는 로버트 대위와 함께 그의 승용차를 타고 갔다.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로버트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충고를 했다.

 『나타샤 일리아비치를 얼마나 사귀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