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USA투데이」지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서신교환 및 전자결재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 우체당국이 앞으로 10년간 170억달러의 매출손실을 입고 3만8000여개의 우체국 중 상당수를 폐쇄하거나 운영시간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자수가 유선전화 가입자수를 넘어섰고 인터넷 이용인구도 600만명을 넘어 1000만 인터넷이용자 시대에 다가가고 있다. 이미 E메일 주소가 우편주소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으며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도메인을 갖는 붐도 일고 있다.
디지털세상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될수록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사례도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5년 동안에 약 절반의 고객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또한 고객만족도가 5% 떨어지면 순이익은 30%가 줄어든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취향과 구매행태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력 강화와 고객만족 증진에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도 중요하겠다. 고객정보가 소홀히 다루어질 때 누군가에 의해 수천·수만명을 상대로 쉽게 뿌려지는 스팸메일 등에 잘못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 광고회사들이 인터넷 이용자의 웹사이트 방문기록 등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개인활동을 추적함으로써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었다. 즉 각기 제작한 웹사이트 광고물을 통해 개인의 컴퓨터 하드웨어에 쿠키(Cookie)라는 추적용 코드를 심어놓고 이용자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해 어떤 책, 어떤 여행지, 무슨 음악을 주로 택하는지를 파악한 뒤 이같은 이용자의 개인 취향정보를 당사자의 양해없이 판촉행위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몇달 전 IBM 직원들은 IBM의 거스너 회장으로부터 인트라넷을 통해 이례적인 질문을 받았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회사별로 그 회사 직원들이 아마존을 통해 어떤 책들을 구입하는지를 분석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을 추진중인데 이에 대한 IBM 직원들의 반응을 물은 것이었다. 불과 몇시간 안에 응답한 5000여명 중 95%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미 오늘날 우리는 몰래카메라, 감청, 도청, 고객명부 도용 등 개인의 사생활 침해사례가 난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개씩 스팸메일이나 전자판촉메일, 일방적인 판촉전화를 받고 있다.
국내의 한 조사에서 39%의 네티즌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사이버한국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답할 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디지털세상에 맞는 윤리규정을 가져야 한다.
우선 인터넷상점 운영자들은 고객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보안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만일의 경우 고객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디지털경제의 주체가 되는 기업들이 사생활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기업윤리규정을 강화해 직원들의 윤리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언론, 그리고 각종 민간 사회단체에서 여러 가지 에티켓 캠페인을 통해 개인정보보호 풍토를 조성하고 범죄예방 차원에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적절한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각 웹사이트 운영자가 할 일이겠으나 비중있는 인터넷 광고주가 이같은 캠페인을 주도할 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적지않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인터넷시대에 누구나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행 여부를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철 한국IBM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