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PEG7 세계표준 규격 채택

 흔히 오늘날 국제무역질서를 「국제표준전쟁」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을 중요시 하는 신자유무역질서가 형성되면서 기술개발 속도 역시 매우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전과 컴퓨터·통신이 융합된 디지털시대의 본격적인 전개와 함께 멀티미디어분야의 세계시장 규모가 최근 몇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멀티미디어분야의 신기술에 대한 「표준화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양한 신호가 디지털 형태로 복잡하게 융합되는 디지털 제품의 상품화는 이들 신호처리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신호처리기술의 표준화 없이는 디지털 제품의 호환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호환성이 없으면 대중성과 시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디지털세계에서 신호처리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12개 멀티미디어 관련기술이 이번 미국 하와이(마우이)에서 열린 ISO/IEC JTC1 SC29(정보기술위원회 산하 멀티미디어 전문위원회)회의에서 동영상 휴대폰, 디지털TV, 전자상거래 등에 주로 활용될 동영상 압축기술(일명 MPEG) 국제 표준규격 시험모델로 대거 채택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이번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총 48개 첨단기술 중 우리나라가 제안한 기술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멀티미디어 기술수준을 내외에 과시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디지털TV와 전자상거래가 주류를 이룰 멀티미디어시대에 초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기술들이 오는 2001년부터 국제규격으로 정식 채택될 경우 우리나라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술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동영상 압축기술 MPEG4 버전 2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안했던 「비트분할 오디오 부호화 기술」 등 8개 기술이 세계규격으로 최종 확정됐는데 이 역시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다.

 이번에 세계 표준규격으로 채택된 우리의 MPEG4나 MPEG7 등은 JPEG·MPEG1·MPEG2 등에 비해 월등히 앞선 차세대 규격으로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구체적인 성과물이라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며 이는 앞으로의 산·학·연 협동연구 확산에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또 올들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열린 멀티미디어분야 관련 국제표준회의를 계기로 국립기술품질원과 한국산업표준원 등 관계기관들이 국제표준화 활동을 크게 강화해 왔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이 갖는 잠재시장과 국제표준을 선점함으로써 보장되는 로열티 수입은 가히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쾌거를 계기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전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연간 1000여회에 이르는 국제표준화회의에 우리의 참여율이 5%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OECD 가맹국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또 이러한 신기술 표준정보들을 우리 산업계에 신속히 공개, 우리 산업이 미래에 대비하게 하고 나아가 국내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도록 하는 문제도 계속 풀어 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