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38)

스포츠라인 마이클 레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해서 가장 많은 표를 팔 수 있는 이벤트는 뭘까.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 패션쇼? 미스 월드 콘테스트? 아마도 정답은 월드컵 축구 결승전일 것이다.

 마이클 레비(Michael Levy) 스포츠라인 사장은 5년 전 어느날 TV로 오렌지볼 중계를 보다가 문득 인터넷 스포츠방송국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만일 지구촌의 빅 스포츠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면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NBA 챔피언십, 월드시리즈, 슈퍼볼, PGA골프까지 경기시간에 TV 중계를 볼 수 없는 스포츠팬들이라면 앞다퉈 웹서핑을 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또 월드컵기간에 스타 플레이어들의 사생활과 경기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면 네티즌들은 기꺼이 스포츠사이트에 접속할 것이다. 게다가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프로디지도 그때까지는 스포츠 정보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지아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출신의 레비는 스포츠와 첨단기술이 궁합이 맞는 재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인 투자자로서 프로게임과 대학리그,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를 응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돈을 댔었고 스포츠테크인터내셔널의 CEO로 일한 경험으로 스포츠웹사이트에 확신을 가졌다.

 레비는 당장 개인돈 20만달러를 투자해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이라는 지방도시에 스포츠라인USA를 설립했다. 휴양도시로 유명한 플로리다에는 하이테크업체가 많지도 않았고 스포츠웹사이트업체를 주목하는 투자자도 없었다. 스포츠라인의 문을 열고 처음 10달동안은 레비와 현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된 케네스 도트슨 두명의 직원이 꾸려나가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95년 5월 웹에 데뷔한 스포츠라인은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지금은 ESPN의 스포츠존(SportsZone)과 함께 최고의 흥행사이트가 됐다.

 스포츠라인은 특히 미국의 3대 방송사인 CBS와 손을 잡음으로써 프로그램 확보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한예로 CBS는 최근 무려 60억달러를 들여 전국학생체육연합의 11년간 독점중계권을 따냈다. TV뿐만 아니라 케이블TV·비디오·위성방송 등의 모든 판권을 포함한 계약이다. CBS가 스포츠라인 주식의 20%를 인수함으로써 이같은 빅이벤트의 인터넷 중계권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현재 ESPN의 인터넷사이트가 온라인 시청률면에서 스포츠라인을 약간 앞서고 있지만 마이클 레비는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는 웹사이트를 좀 더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며 네티즌들과 인터액티브한 대화채널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라인은 스포츠용품 판매코너를 신설하고, 자전거부터 골프용품·운동기구·낚시도구까지 약 10만점의 스포츠 용품을 갖췄다. 또 소규모이긴 해도 경매코너를 운영, 유명 운동선수들의 사인볼이나 모자·동전·사진 등의 기념물들로 네티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시청자를 대상으로 스포츠게임의 기회도 제공한다. 요즘에는 실제 NFL 스타들로 온라인 미식축구팀을 만들어 자신이 뽑은 스타들이 득점하면 돈을 버는 이색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친구를 추천하면 점수가 누적되는 마일리지 서비스,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밀레니엄 콘서트 공연티켓이나 46인치 대형 TV를 경품으로 건 이벤트도 진행한다.

 스포츠라인의 특징은 게임스코어를 비롯, 흥미로운 실시간 스포츠 정보를 올리고 거기에 라디오 스타일의 토크쇼를 곁들인 후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제공하는 인터넷방송국이라는 점이다. 레비는 지금도 스포츠라인의 CEO로 스포츠와 첨단기술을 접목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