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17)

 『갑자기 왜 묻습니까? 그 여자는 대학원의 원우입니다.』 나의 말에 로버트는 어깨를 추썩대면서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제 특보로서 핵심 공산주의자입니다. 만나는 것은 좋습니다만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가 나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듯해서 나는 언짢은 기분이 들었지만, 미국에서 이곳으로 파견되기 전에 받은 소양교육이 떠올랐다. 대사관 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KGB의 감시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상기되었다.

 『초대받지 못했는데 내가 함께 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로버트가 나의 기분을 살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차는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길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었는데, 길 끝이 지평선과 닿아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온다고 하면서 함께 와도 좋다고 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했습니까?』 『물론이지요.』 『나타샤를 경계하십시오.』

 『나타샤는 클라스메이트라니까요. 그 여자의 아버지가 당간부라는 사실과 무슨 상관입니까?』 『소련인은 이중성이 있지요. 표면에 나타나는 표정만을 믿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모든 러시아인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극비를 요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 사귀는 일까지 억제를 해야 할까요?』

 『억제하라는 뜻이 아니라,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약간 불쾌했다. 그래서 입을 꼭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 침묵으로 항변을 했더니 로버트는 눈치를 채고 웃으면서 물었다.

 『미안합니다. 나타샤를 사랑합니까?』 『사랑은 무슨? 나는 애인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도 나타샤는 사랑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죠?』 『나타샤를 보았나요?』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그가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CIA요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명목상은 나를 보호하고 도와주는 역할이겠지만, 그것은 감시 역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내가 만나는 러시아인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기도 하고, 나의 행동 반경을 항상 체크하면서 워싱턴의 CIA본부에 보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