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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라. 그렇지 않으면 향후 IMT2000으로 대변되는 차세대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존립은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IMT2000 표준화 전쟁은 누가 먼저 서비스와 통신 및 다양한 무선통신네트워크 솔루션 분야의 표준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느냐 하는 전쟁이다.
15세기 탐험의 시대, 발견의 시대에는 새로운 발견이 즉시 황금과 직결되면서 중상주의 무역만능주의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난 500년 동안 발전보다 지난 50년간의 전자·통신기술 발전이 더 급격한 진보와 성장을 가져온 이제 뉴밀레니엄을 맞아 전세계가 차세대이동통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 경제, 사회적 변화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듯 과거의 황금 대신 새로운 통신 신세계의 경제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는 이동통신 관련 표준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직결돼 있다.
이 표준화전쟁은 크게 무선통신과 이를 지원하는 관련 SW적 기술로 대변되는 가운데 무선인터페이스 표준의 중요성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 통신국가의 80%가 비동기식 방식을 중심으로 표준화를 이루려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이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의 생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주요 통신메이저들이 동기비동기 양쪽에 대한 기술을 모두 확보한 가운데 세계표준화 동향에 대응한 결과 최근 어느 쪽으로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세계 통신장비 단말기 메이저들의 움직임을 볼 때 최근 국내 업체들의 동기비동기 규격기술 동시개발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쟁은 상호견제와 보완의 관계를 통해 상호 윈윈전략을 찾으려는 양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올초 있었던 스웨덴 에릭슨과 미국 퀄컴간의 상호라이선스라는 거래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5월 스웨덴의 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 단말기업체인 에릭슨은 미국의 세계적인 CDMA칩 설계기술을 가진 퀄컴사와 해를 넘겨오던 CDMA 로열티 문제를 해소했다.
당초 이 회사는 2세대 이통전화기 기술개발 시절부터 CDMA장비 및 단말기 관련특허와 기술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에릭슨측의 입장은 GSM(Global Standard for Mobile telecommunication)이 세계시장의 주류인 만큼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CDMA기술과 관련된 주요 통신 메이저들간의 갈등이 미국과 유럽 업체 진영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에릭슨퀄컴, 퀄컴모토롤러 등 서로 다른 기업간의 갈등으로 인해 3세대 이동통신기술개발 및 표준화작업과 관련한 장애물이 생겨난 것이다.
퀄컴이 IMT2000을 논의하는 국제통신연합(ITU)에서 자사의 특허로 묶여 있는 3G표준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이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로열티를 물리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에 에릭슨측은 특허와 관련한 분쟁의 기한을 길게 끌고 가면 안된다는 전략하에 샌디에이고와 볼더 등 2개 시에 있는 퀄컴사의 시스템사업부 및 연구소 연구인력을 흡수해 버렸다. 인수비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결과 두 회사간에는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이 이뤄졌다.
에릭슨측으로서는 CDMA방식의 대명사인 퀄컴과 특허문제를 조기 수습해야 할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각각 동기 및 비동기진영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던 두 회사는 ITU가 어떤 방향으로 IMT2000표준을 제정하더라도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여유자적한 표정으로 IMT2000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퀄컴과 같은 기업은 윈윈전략 외에 한국시장이라는 기존시장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향후 과실을 따내려고 노력하는 또다른 차원의 전략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통프리텔은 물론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과 2.4Mbps 전송속도의 HDR(High Data Rate)서비스 도입을 위해 한국기업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한국통신프리텔은 이를 통한 동기방식의 서비스를 시험한다는 계획을 확정해 놓고 있어 한국통신프리텔을 이른바 테스트베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인터넷과 영상전송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의 또다른 중요한 표준화전쟁은 무선인터넷 데이터 전송규격 및 운용환경(OS)규격 표준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에릭슨 진영 등이 다양하게 참여해 보여주는 인터넷통신 관련 솔루션 개발 노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는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전세계적으로 도스 운용체계(OS)에 이어 윈도를 장악하면서 세계 컴퓨터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사실과 일맥상통하게 이해될 수 있다.
최근 한달새 벌어진 가장 두드러진 뉴스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에릭슨사와 월드와이드웹에 연결되는 차세대휴대폰 개발을 위해 합작회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부분이다.
스웨덴에 설립될 이 회사는 직원들이 이동중에 기업 네트워크와 E메일시스템 등 다른 기업의 데이터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소위 스마트폰을 설계하는 데 있다. 2001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이 새로운 인터넷 전송용 프로그램은 에릭슨의 이동통신기술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웹브라우저인 모빌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설계될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기존에 윈도를 통해 컴퓨터 운용체계(OS)을 주도했던 MS사가 차세대이동통신 부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 시장에서의 새로운 주도권 확보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을 대주주로 해서 설립될 이 회사는 세계적 통신기술 기업들이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무선인터넷기기 시장을 초기에 주도하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 설립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미국 양키그룹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WWW에 연결되는 전화기 사용자는 2002년에 4800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합작은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하려는 노력의 하나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미 기업네트워크와 무선기기를 연결하는 상호표준을 만들기 위해 퀄컴과 합작으로 만든 와이어리스널리지라는 합작회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완전한 운용체계 대신에 웹브라우저를 채택하는 것은 극히 최근까지 윈도CE채택 전략을 꾀했던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커다란 변화다.
이와는 별도로 노키아를 비롯한 유럽 기업들의 대부분은 CDMA방식에 따른 표준화를 주도하고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상호 이익에 따라 협력하면서 윈윈전략을 택하는 기업과 단일 규격을 고집하면서 하나의 표준에 매달리는 기업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지는 자명해진다.
이를 위한 기업들간의 제휴 협력관계 역시 기존의 업무제휴 개념을 떨쳐버린 또다른 방식의 윈윈을 가져오면서 업계의 구도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ITU 중심의 무선통신인터페이스 국제표준 제정, 기업간에 이뤄지는 사실상의 표준제정을 둘러싼 이합집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이익찾기 노력은 향후 전개될 뉴밀레니엄 경제주도권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