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성공시키면서 90년대 하반기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명암을 교체시켜 온 미국 퀄컴사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시대를 대비한 시장공략에 본격 나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가 최근 개발한 2.5세대급 고속 무선 인터넷 접속기술인 HDR(High Data Rate)의 사업화를 위해 다각적인 접촉에 나섰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과 관련 표준 무선 주파수 인터페이스 규격으로 유력시되는 다이렉트 스프레드(DS) 방식의 기지국용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 주요 장비업체들과 제휴를 모색중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퀄컴의 기술력, 시장지배력 등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퀄컴이 로열티 협상에서 보여준 고압적인 자세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곱지 않은 시각 등을 의식,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신중히 향후 진로를 검토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달 한국통신프리텔에 지분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향후 HDR 서비스를 국내에서 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통신프리텔과 함께 국내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동 개발을 제의하고 있다. 퀄컴이 최근 시제품 수준의 칩과 관련 장비를 선보인 HDR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반의 고속 무선 인터넷 접속기술로 기존 CDMA 인프라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기지국과 단말기를 새로 설계, 최대 2.4Mbps의 데이터 접속속도를 보장한다.
한국통신프리텔은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전반적인 기술검토에 본격 착수했으며 장비업체들과 협력, 이르면 2001년 상반기내에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통신프리텔과 퀄컴으로부터 장비개발을 요청받은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은 사업성 및 규격 검토에 들어갔으며 일부 업체들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적극적인 사업화 추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슨·노키아 등 유럽 통신업체와 IMT2000 표준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퀄컴은 이와 함께 국내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IMT2000과 관련된 공동 개발을 제의, 주목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퀄컴이 IMT2000의 무선 주파수 인터페이스 규격중 하나인 DS 방식의 기지국용 반도체에 대해 국내 장비업체들은 초기 개발비를 지원하고 물량을 보장할 경우 퀄컴이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며 『이에 대한 이해득실을 계산중』이라고 밝혔다.
퀄컴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퀄컴이 CDMA 이후에도 한국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특히 HDR 서비스의 경우 한국이 사실상 시험대(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는데다가 대다수 국내 이통서비스 업체들간에 IS95B/95C 등 IMT2000 이전의 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