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量子)컴퓨터나 초고속 대규모집적회로(LSI)의 핵심 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고순도 실리콘 단결정이 일본과 러시아의 공동 연구팀에 의해 제조됐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일본 게이오대학과 러시아 크리차트라연구소의 공동 연구팀은 순도가 99.92%로 높은 실리콘 단결정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순도 99.2%가 최고였는데 이번에 추출된 순도 99.92%의 실리콘 단결정은 슈퍼컴퓨터에서도 수십억년 걸리는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양자컴퓨터나 초고속 대규모집적회로 등을 실현하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번 성과는 구 소련의 핵 개발을 주도해 온 크리차트라연구소가 핵연료인 우라늄의 농축 등에 이용하는 군사용 원심분리기를 전용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3종류의 실리콘 가운데 가장 많은 원자량 28의 실리콘 분말을 높은 순도에서 만들고, 게이오대 이공학부가 이 분말을 고무관에 채워 압축한 후 가열해 봉(막대) 모양의 단결정으로 제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리콘 단결정 제조에서는 특히 분말에서 단결정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공동 연구팀은 할로겐램프를 사용해 가열하는 초전도체 제조기술을 활용해 99.92%의 단결정을 실현했다.
실리콘 단결정은 현행 실리콘보다 열전도율이 60%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LSI의 고속화를 위해 높은 전압을 가할 때 제기되는 열 문제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게이오대 등이 추출한 실리콘 단결정은 종전보다 높은 전압을 가할 수 있어 LSI의 초고속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양자컴퓨터는 실리콘 단결정에 첨가한 인(P)의 원자핵 스핀(회전)을 이용해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종래의 실리콘 단결정은 순도가 낮아 실리콘 자체의 핵스핀에 의해 인의 핵스핀을 제대로 검출할 수 없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