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판정의 잣대는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가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에 대해 앞으로 어떤 판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시장의 판도는 변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신업체들간의 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이번과 같은 형태의 사업자간 인수합병 혹은 장비-사업자간 컨소시엄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런 기업의 인수합병은 내년 말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구도변화를 예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를 놓고 SK텔레콤측과 다른 개인휴대통신사업자간의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해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정결과에 통신업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만약 정부가 SK텔레콤과 신세기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양자간 거래는 무효가 된다.
SK텔레콤이 신세기를 인수함으로써 011은 가입자 기준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57%, 매출액 대비 60%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하지만 011의 이같은 위상이 법적으로 독과점에 해당하느냐의 여부가 문제로 등장했다. 따라서 우선은 이 걸림돌을 건너뛰는 게 선결과제다.
SK텔레콤측은 이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의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의 거대기업과 경쟁하려면 대형화가 필요하고 이는 곧 국내 이동전화사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중복투자를 막아 고품질의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개인휴대통신사업자들은 이번 인수합의는 거대 독점사업자의 등장이며 이는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공정경쟁체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보통신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규모의 경제 실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우선 SK텔레콤으로부터 정확한 자료를 제출받아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독점여부를 결정한다면 관련업계에서도 별다른 이론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업계와 주무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의 정보통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리면 된다고 본다.
그러한 결정과정에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 이외의 정치적인 고려나 외부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관련업체들이 정부의 최종 판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이는 또다른 특혜시비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