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이택기자 etyt@etnews.co.kr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동전화 요금이 최근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에 힘입어(?) 또다시 시민단체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임채정 국민회의 정책위 의장은 지난 19일 『이동전화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이 많아 요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소비자단체의 최근 활동을 염두에 둔 정치권의 답변 성격을 띠고 있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 등 14개 단체는 지난 16일 「이동전화요금 소비자 행동네트워크」를 결성, 요금 40% 인하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 집권여당 실력자 입에서 이동전화 요금 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일이다. 물론 여당 정책위 의장으로서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정치적 판단과 이에 따른 의견을 표명했다 하더라도 이는 사리에 어긋난다.
여당은 고사하고 주무부처인 정통부나 물가당국조차 이동전화 요금을 강제로 인하할 어떠한 수단도 없다. 현행 법규정상 이동전화 요금은 정부가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 정통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예외적으로 정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격을 무기로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행되는 것이다.
더욱이 가격은 시장 질서의 핵이다. 철저한 시장 경쟁과 기업의 마케팅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혹시 임 의장이 현재의 역학구도상 집권여당의 의지만으로도 이동전화 요금쯤이야 가볍게 인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기업들엔 당연히 「군림」과 「압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현 정부가 민간 자율이다, 규제완화다 법석을 피우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판에 여당의 실력자가 기업에 「압력」으로 다가오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비자단체의 「운동」과 책임 있는 당국자의 「말」은 무게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