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의 문단속

 얼마전 삼성전자는 태평로 본관의 사무실 출입방식을 바꿨다. 만날 사람과 사전에 전화통화로 예약을 한 다음 사무실로 찾아가 전산을 통해 예약이 확인되면 출입증을 교부받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은 선진국의 경우 많은 회사들이 보안을 이유로 철저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어 이같은 방식을 따르면서 사무실 업무환경도 개선하기 위해 이처럼 출입방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입방식을 까다롭게 바꾸자 삼성전자에 출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았다. 방문객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삼성측은 처음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적응하게 되면 큰 불편을 못느낄 것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처음에는 삼성 직원들도 자기를 찾아온 손님이 1층 로비에서 올라오지 못하자 뛰어내려와 전산확인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큰 소리를 치며 다투는 모습도 자주 보였으나 10여일이 지난 지금은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삼성측의 말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이 문단속을 잘 해서 지킬 수 있는 정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열 사람이 한 사람 도둑을 지키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집안단속이 어렵다는 뜻이다.

 삼성은 철저한 문단속을 통해 얻는 것과 함께 잃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크게 잃는 것이 있다면 기업이미지일 것이다. 삼성은 창업자의 제일주의가 지금까지도 기업문화의 근간을 이룰 만큼 엘리트의식이 강한 회사다. 그러다보니 자연 권위적이고 차가우며 자기중심적인 기업이미지를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심어주었다.

 새 천년에는 기업환경도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21세기에는 권위적이고 획일화된 조직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삼성도 이러한 범주에 드는 기업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생활전자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