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과 동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정보통신시장이 거대 사업자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연일 숨가쁘게 변하고 있지만 정작 인수 대상사였던 신세기통신 직원들은 연말이 다소 불안하고 무료하기만 하다.

 회사 바깥의 변화도 크지만 내부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영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이후 직원들에게 다가온 가장 큰 변화는 허탈감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향후 거취문제가 가장 궁금하지만 신세기 직원들의 반응은 오히려 간단하다. 이미 받은 회사주식으로 「먹고 살 걱정」도 안했지만 인수소식 발표 이후 그마저 3배 넘게 뛰어올라 「창업을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제까지의 경쟁사를 동일시 대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이같은 허탈감은 포철출신 직원이나 신세기통신 공채 직원일 경우 더욱 심하다고 한다. 코오롱 출신들은 몇달 전부터 들려온 지분정리 소식으로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인수소식 이후 임원 3명이 곧 사표를 냈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인수발표후 서로 무척 조심하고 있다. SK측은 점령군의 분위기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신세기는 포철이 SK텔레콤의 주주로 들어선 점을 내세우며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한다. 양사 대표들의 신사적인 협의는 진행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철저히 엇갈리고 있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보통신업계에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은 아차 하는 사이 「왕따」로 전락할지 모른다.

 정보통신과 첨단기술을 앞세우며 도도하게 밀려오는 새 천년의 변화 앞에서 밀레니엄의 키워드는 「냉철한 판단력」과 「모든 길로 향하는 가능성」이어야 할 것 같다.

정보통신부·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