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반자와 동행자

 흔히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얘기할 때 「동반자」란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여러면에서 부족한 게 많은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단순히 자금을 주고 받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벤처기업이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공할 때까지 고락을 같이하는 파트너라는 의미다.

 벤처 전문가들은 그래서 벤처산업이 잘 발전하려면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행태를 보면 동반자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동반자라기보다는 「코스닥 입성」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일정기간 같이 가는 단순한 「동행자」에 가깝다는 느낌이 앞선다.

 벤처캐피털들이 코스닥에 갈 때까지는 다양한 지원을 하지만 코스닥 등록 직후 주가가 올라 높은 투자수익을 달성하고 나면 곧바로 지분을 몽땅 털고 다른 배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반자 관계가 무너진 데는 벤처기업들도 한몫 하고 있다. 시중에 벤처자본이 몰려들면서 대다수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을 그저 「봉」쯤으로 생각해 초기에 거금을 유치하고 나면 벤처캐피털의 경영지원은 간섭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아직까지는 일반적이다. 코스닥 후 지분을 팔고 나가면 오히려 앓던 이가 빠진 것으로 해석하기 일쑤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시장 건전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례적으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의 경우 투자 1년 후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 후 6개월 동안 주식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내년 4월부터 싫든 좋든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렇게 억지로 둘을 묶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스스로 모진 풍파를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영원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