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40)

3Com 설립자 로버트 메트컬프

 로버트 메트컬프는 스리콤의 창설자이자 이더넷의 아버지다. 그의 별명은 「로드 워리어(Road warrior)」 또는 「기술의 현자(Technology pundit)」. 그리스의 현자처럼 고무창으로 된 샌들을 신고 강연장과 토론회장에 나가 첨단기술과 네트워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만큼 서부시대와 비교되는 단어도 없다. 「뉴 프런티어」 「골드 러시」, 신흥도시로 번역되는 「사이버 붐타운」까지. 하지만 어디서 언제 금맥을 캐야 할까. 카우보이처럼 말을 타고 달리다 과연 어디서 멈춰야 할까. 그는 네티즌들의 이런 질문에 편견 없이 답해준다. 인터넷에 대해 무조건 핑크빛 전망을 내놓기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분석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메트컬프는 4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롱아일랜드에서 보냈다. MIT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후 하버드대에서 수학석사와 컴퓨터과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MIT 시절 그는 수업시간에 잘 조는 학생이었다.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고 낮에는 테니스 대표팀 주장으로 연습을 해야 했으니 조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제록스의 팰러앨토연구소로 갔다. 그곳에서 73년 이더넷을 고안, 네트워크 혁명에 불씨를 던졌다.

 PC가 시장에 나오기 전에 LAN이 먼저 태어난 셈이다. 이더넷이란 특정구역내 정보통신망인 LAN에 사용되는 네트워크의 모델로 후에 IEEE(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가 표준사양으로 채택한 동축케이블 네트워크다.  이 개념은 69년 하와이대학에서 개발한 알로하(ALOHA)라는 무선 컴퓨터 통신망에서 처음 구현됐고 이를 메트컬프가 완성했다.

 단순한 개발자에서 그치지 않고 메트컬프는 다양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PC LAN, 특히 이더넷을 보급하는 데 기여했다. 디지털이퀴프먼트와 인텔, 제록스를 설득해 이더넷을 표준으로 채택하도록 만든 이도 그다. 오늘날 이더넷은 국제표준으로 LAN에 인스톨돼 5000만대 이상의 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79년 메트컬프는 스리콤을 설립했다. 스리콤 시절에도 대학 때처럼 밤을 새워 일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의 지휘 아래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직원들은 사내에서 「메트컬프의 미드나이트 피자팀」으로 불렸다.

 중역과 CEO로 회사를 이끌던 메트컬프는 90년 스리콤을 떠났다. 그해 스리콤은 에릭 베나모를 영입했고 US로보틱스와의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거쳐 오늘날 네트워크 업계 2위 업체로 성장했다.

 메트컬프는 스리콤의 전성기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회사의 기반을 다져놓은 경영자로 기억되고 있다. 스리콤을 나온 메트컬프는 약 1년 동안 조용히 전원생활을 즐기다가 저술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재개했다. 현재 인포월드지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88년 IEEE로부터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메달을 받은 것을 비롯해 엔지니어링 분야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메트컬프는 주변 사람들에게 『21세기에는 퓰리처상이 욕심난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진다.

 그는 메인주 링컨빌에 450에이커의 농장(Kelmscott)을 가지고 있다. 틈날 때마다 그는 아내 로빈과 함께 희귀종인 돼지와 닭, 양, 염소, 말, 소 들을 돌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