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천 모 레스토랑에서 표준화와 관련한 의미있는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부·학계·산업계·협회 등에서 표준화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2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의 국제 표준화 동향과 우리의 표준화 노력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모임을 주선한 것이 바로 정부였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산업자원부였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산업자원부가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공식모임이 아니라 한 개인의 표준화에 대한 열정 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그는 표준화와 별로 연관이 없는 한 부서의 과장으로 학계와 산업계 등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을 독려하는 등 소신있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날 모임을 정리하면서 『21세기는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단일화되고 관세 등 각종 규제수단이 퇴조하는 반면 기술표준과 세계표준만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다가서고 있다』며 『기술주권을 확보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우리 머리속에 늘 잔재해 있던 복지부동이라는 「공직자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공직자 한사람의 소신이 그와 연관된 사회나 산업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 오는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스럽게 끄집어내지 않아도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자신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표준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디지털이동전화방식인 CDMA와 멀티미디어 분야의 총아로 꼽히는 MPEG산업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독자기술을 확보했다.
소신있는 공직자가 있고 그를 믿고 기술 표준화에 전력하는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협력의 기반을 이어간다면 우리의 기술주권 영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재삼 느낀 의미있는 자리였다.
기술산업부·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