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내년말까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140만회선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내 ADSL 시장은 개화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중소 ADSL 단말기업체들은 경쟁심화, 핵심칩 구득난 등의 문제에 직면, 개점휴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Y사장은 프랑스와 스페인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의 한 기업으로부터 최근 1만5000대 물량의 ADSL 단말기 수출제의를 받았으나 국내 생산업체를 물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한결같이 내년 1·4분기께나 양산이 가능하고 대량생산 기반미비로 단말기 가격도 해외 제품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ADSL 단말기 개발완료를 선언한 국내 업체는 30여개 업체에 달하고 내년 1·4분기 중에 모뎀을 개발, 시장 진출하겠다는 업체도 30∼40개에 달하지만 정작 양산체제를 갖춘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어서 풍요 속의 빈곤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ADSL 단말기 업체들이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는 이유는 유일한 수요처인 기간통신사업체를 대기업들이 외산 또는 자체개발한 단말기로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의 대기업이 프랑스 알카텔 또는 자체 개발한 단말기로 100%를 점유했고 하나로통신 역시 알카텔, 스리콤, 엑스피드, 이피션트 등 외산 단말기가 강점했다. 더욱이 국내 대기업 또는 외산 업체들이 초기시장 선점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에 제공하는 단말기를 원가이하의 파격가에 제공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체가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있다.
또 국내 중소업체들은 내달 초에 있을 한국통신 ADSL 3차입찰과 하나로통신 추가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중견장비업체와 손잡고 단말기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낙찰받더라도 이전 입찰에서 회선단가가 크게 낮아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외국업체에 밀려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영업보다는 일반인 대상의 유통업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기간통신사업자가 확보한 단말기 물량이 소진되는 내년 하반기 또는 후년 상반기에서 일반 유통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여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확실한 수요처 발굴이 난항이 예상되자 대부분의 중소 ADSL 단말기 개발업체들은 양산체제를 보류한 채 좀더 시간을 두고 시장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업체 가운데에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량 수요처 발굴, 양산체제 기반 마련, ADSL칩 수급문제 해결 등의 난제가 널려 있어 국내 중소업체가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칩을 대량으로 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지만 국내 시장환경상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일시에 칩을 대량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