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3)

 『당신은 이곳에 와 보았나요?』

 『전에 어머니와 함께 왔어요.』

 『식당을 찾아가는데 마치 미로를 들어선 기분이 듭니다.』

 그녀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대리석 계단은 오래되고 닳아서 반질거렸다. 그 닳은 대리석을 보자 그 건물이 적어도 200년 이상은 되었음직했다. 안은 어두웠으나 미로를 지나는 것처럼 복도를 지나 3층의 어느 홀로 들어갔다. 그곳의 천장은 태양의 빛을 아래로 전할 수 있는 색유리로 되어 있었고, 매우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의 식탁은 길었는데, 마치 유럽의 귀족들이 식사하는 것같이 차려져 있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럽인이었고, 실제 유럽식 식사를 주문하여 먹었다.

 『이 집은 과거에 귀족이 살던 집이 분명한 것 같군요.』

 나의 말에 나타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과거 농노제도가 있을 때만 하여도 귀족을 비롯한 지주들은 호화판으로 살았고, 그에 비례해서 농노들의 생활은 비참했어요.』

 우리는 비프스테이크를 주문해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한쪽 무대에 무희가 나와서 춤을 추었고, 그 뒤의 악단에서 노래를 연주했다. 춤과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주문해 마시면서 계속 무희들의 춤을 보았다. 무희의 춤은 예술성이 강하고 우수했다.

 그 여자들은 아마도 볼쇼이발레단에 들어가지 못한 지망생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타샤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대학에서 발레를 공부하는 학생들로 아르바이트로 나와서 춤을 춘다고 하였다.

 다시 길거리로 나왔을 때 밤 아홉시가 넘었지만, 날이 훤하게 밝았다. 레닌그라드는 모스크바보다 북쪽에 있었고, 때가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백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정이 넘어도 날이 훤하게 밝은 것이다. 우리는 네프스키 대로를 걸어서 예술광장으로 불리는 공원으로 갔다. 공원 가까이 다가가자 길 옆에 세워놓은 가로등이 모두 가스로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날이 환해서 그 불빛이 어색했다. 그 거리의 한쪽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수도원이 있었다.

 수도원은 박물관으로 변용되어 있었고, 공원 한쪽에는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무덤이 있었다. 우리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밤이 되자 날씨가 차가워져서 약간의 추위가 엄습했다. 여자가 나의 어깨에 몸을 기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