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4)

 『버드블루-』하고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가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여자는 나를 불러놓고 말을 하지 못했다. 조금 지나서 내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말을 하세요.』

 『당신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이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아직 싱글이지요?』

 나는 가슴이 뛰면서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인가요?』

 『앞으로 반년 정도 있으면 돌아갑니다.』

 『대사관 직원으로 온 것인가요? 아니면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을 하려고 왔나요?』

 『둘 모두 포함됩니다.』

 『미국으로 갈 때 저를 데려갈 수 있어요?』

 『망명을 할 생각입니까?』

 질문을 해놓고 후회했다. 그녀는 진지했는데, 나는 농담으로 지껄였던 것이다. 여자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당신은 중앙당 간부의 딸입니다. 소련에서 별장을 가지고 있을 만큼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특권층인데 왜 미국으로 가려는 것입니까? 미국에서 유학을 한다면 좀 다르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당시 소련의 대학생들은 외국에 나가는 것을 하나의 유행처럼 좋아했다. 대부분 유럽과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었지만,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학생은 아버지가 핵심계층에 있는 특권층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유학생이 되어 나가는 것이든, 아니면 외교관이 되어서 나가든, 대단히 선호하고 있었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가장 경쟁률이 센 학과는 바로 외교학부였다. 일명 외교문제연구소라고도 불리는 이 학부는 경쟁이 치열했는데, 입시 성적만 가지고도 들어가기 어려운 면접 코스가 있으며, 바로 이 면접 코스에서 아버지의 배경이 작용하는 것이었다. 유학에 대한 말이 나와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그녀가 미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것은 나의 아내가 되겠다는 뜻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나는 겁이 덜컥 났다. 여자는 더 이상 이유를 설명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화제를 돌렸다.

 『레닌그라드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