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CB업계 "환율 타령"

산업전자부·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국내 거의 모든 전자업체들이 기대와 설렘속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으려고 들떠 있는 데 반해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는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PCB업계가 우울한 까닭은 올해 사업실적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PCB업계는 쇄도하는 일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이대로 나간다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올해 사업실적을 뽑아본 결과, 대부분의 PCB업체들은 10∼2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결과다.

 PCB업체들 말처럼 이렇게 「참담한」 매출성장을 기록한 까닭은 무엇인가. PCB업체들은 「환율」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하고 있다. 이 말은 일견 맞다. 연초 원/달러 환율은 1250원에서 1300원대를 유지했다. 나름대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수출호조·외자유치 등의 요인으로 국가 전체 달러보유고가 600억달러를 넘어서자 1200원선이 붕괴됐다.

 최근에는 1100원선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국내 대다수 PCB업체들의 수출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몇개월에 걸친 환차손으로 예상매출의 20%가 깎여나갔고 이익은 절반 정도 달아났다는 것.

 원화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수출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엄살마저 피우고 있다. 실상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면 PCB뿐만 아니라 국내 거의 모든 전자업체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PCB업계가 기억해야만 할 일이 있다. IMF 이전 원/달러 환율이 900원선에 머물렀을 때도 국내 PCB업체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출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은 그때보다 낮다. 엔화상승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일본 PCB업체들은 올해 근래 보기 드문 사업실적을 냈다는 소식도 들리는 이때 국내업체들은 여전히 환율타령만 하고 있다. 환율타령 이전에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사업구조조정에 다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