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42)

트렐릭스 코퍼레이션 댄 브리클린

 만일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통계를 내고 자료를 분석하는 일은 얼마나 불편할까.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하버드경영대학원 108호실. 경영학 강의를 듣던 댄 브리클린은 답답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스프레드시트가 없던 시절 그는 인건비, 선적 날짜, 거래량 같은 데이터를 일일이 종이 위에 써 넣어야만 했다. 그는 숫자가 하나만 바뀌면 모든 칸을 다 새로 써야 하는 지루한 과정을 개선할 방법이 뭔가 있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계산기를 만지작거리던 브리클린은 생각에 잠겼다. 만일 이 계산기 대신 공중에 커다란 버추얼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프레드시트는 바로 그런 공상에서 출발했다.

 컴퓨터 1세대인 브리클린은 프로그램에는 자신이 있었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 :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이 태어난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MIT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후 디지털이퀴프먼트(DEC)에 입사해 초창기 워드 프로세서인 WPS­8 개발팀에서 일했다. MIT 컴퓨터과학 연구소에서는 온라인 계산기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덕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급 프로그래머가 되어 있었다.

 78년 브리클린은 MIT 학부 시절부터 친구였던 밥 프랭크스턴과 함께 애플 베이식으로 비지칼크(VisiCalc)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아직 학생신분이었던 79년, 소프트웨어아츠사를 설립했다.

 그는 실험삼아 비지칼크로 리포트를 제출해 교수를 놀라게 했다. 브리클린이 하버드를 졸업하던 해에 비지칼크는 컴퓨터 매장에 등장했고 100달러에 불티나게 팔렸다.

 비지칼크는 애플2에서 돌아갔는데 그것은 스티브 잡스에게도 큰 행운이었다. 비지칼크를 쓰기 위해 애플을 사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81년 비지칼크는 IBM PC 버전이 개발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지만 84년부터는 차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스프레드시트인 로터스 1­2­3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것. 결국 비지칼크의 판권은 로터스 소프트웨어로 넘어갔다.

 상심한 브리클린은 잠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85년 새로운 회사 소프트웨어가든을 세웠다.

 브리클린은 소프트웨어가든 시절에 데이터를 비주얼화하는 「댄 브리클린의 오버올 뷰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용 데모 프로그램인 「댄 브리클린의 데모-잇!」등 혁신적인 도구들을 선보였다.

 90년대 초반에는 펜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슬레이트코퍼레이션을 설립해 4년 동안 운영했고 95년말 다시 인트라넷 업체 트렐릭스코퍼레이션을 출범시켜 현재 이 회사의 기술담당최고중역(CTO)으로 일하고 있다.

 IT업계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개인적인 웹사이트를 갖지 않는 것과 달리 브리클린은 재미있는 읽을거리와 정보로 가득찬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브리클린.컴(www.bricklin.com)에는 그의 요즘 근황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이야기들, 세미나 자료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메일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새로운 자료가 추가될 때마다 메일로 알려준다. 스프레드시트가 만들어질 때의 에피소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