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며

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서산으로 지는 태양의 모습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제 내일만 지나면 새해를 맞는다. 이번 새해는 한 해의 시작이자 새로운 천년의 찬란한 출발선이다. 여느 해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지금 한 해와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 천년을 맞는 장엄한 연장선상에 서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이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 천년을 맞는 감회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한 해의 시작이자 새 천년의 출발점인 새해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몰아닥칠 것인가.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흔히 미래는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고 한다. 보낸 세월보다는 맞은 새해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은 인간의 공통된 심리다.

 그렇다면 한 세기를 임무 교대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우선 묵은 때를 씻고 새 천년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지난날에 대한 깔끔한 정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해를 넘기기 전에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 마무리 작업은 대충대충이 아닌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적어도 천년을 매듭짓는 일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음력 섣달 그믐날이면 온 집안에 티끌하나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대청소를 했다고 한다.

 집 안팎을 쓸고 닦은 뒤 살림살이를 새로 정돈했다. 그리고 이웃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매듭을 지었다. 아무 걸림이 없는 마음,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기 위한 조상들의 전통의식이었다.

 따지고 보면 시간처럼 귀한 것은 없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뒤를 돌아볼 줄 모른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세월은 무한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을 알차게 보내면 내일이 보람찬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 내 삶에서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지금이다. /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삶의 전부로 알고 살아야 한다.』

 벽암록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때는 어제도 아니오,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이 시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돼야 한다.

 새 천년은 도전의 세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있다. 세계 각국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준비작업에 바쁘다.

 우리는 우선 당장 연말연시에 발생할지도 모를 Y2K 문제대책에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첫번째 고비를 건너뛰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다. 지혜를 모으고 국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새 천년에는 곳곳에 변수가 많다. 반세기 전만 해도 보부상이 상권을 지배했으나 이제는 사이버 거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미 새로운 세기는 전자상거래가 주도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결정도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국내외의 각종 상황변화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

 21세기의 문턱에 서서 이제 묵은 때를 깨끗하게 씻어내자.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버릴 것과 가지고 갈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새 천년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20세기다. 바쁘고 험난했던 지난 시절이다. 시간은 이어지는 것이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천년의 세월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자. 그리고 새로운 각오로 새 천년 새 아침의 새 도약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