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5)

 『왜 미국으로 가려고 합니까?』

 나는 레닌그라드를 찬양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핵심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우리의 최대 적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동경하는 꿈이 있는 나라지요.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적이지, 우리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어요.』

 『앞으로는 미국과 소련이 적이 아니라 동반자 위치가 될 것입니다. 적으로 남는 이상 양국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나타샤는 막연히 동경하는 이유 때문에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버드블루가 나를 데려간다면 가지, 그렇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나는 혼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청혼을 하는 말이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시침을 떼었다.

 『데려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요. 여권과 비자만 만들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유학생 자격으로 갈 것입니까?』

 『그게 아니고요. 제 친구 가운데 미국인 청년과 결혼을 하였는데, 그 애는 미국 시민이 되었어요. 지금 뉴욕에 살고 있는데, 가끔 편지가 와요.』

 나는 더 이상 무엇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의도였다. 처음부터 그런 눈치를 챘으나 너무 노골적인 의사표현이었기 때문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추위가 느껴져서 우리는 공원 벤치에서 일어났다. 네바강변에 있는 호텔로 걸어가면서 나는 말했다.

 『결혼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타샤가 좋지만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본 일은 없습니다. 단순히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그 수단으로 결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버드블루, 미국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을 생각했는지, 아니면 결혼하고 싶어서 미국으로 갈 결심을 했는지 모르잖아요?』

 『나를 얼마나 알고 그 생각을 했습니까?』

 『나는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더 이상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더욱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