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버 홍보시대

 출근하자마자 열어보는 전자우편함에 최근 들어 보도자료가 부쩍 많아지는 것 같다.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벤처의 시대가 열리면서 홍보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진 것도 보도자료가 늘어난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유능한 인재와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선 언론으로부터 먼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까닭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한 때문인지 신생 벤처업체들조차 홍보대행사에 업무를 위탁하는 사례 또한 크게 늘고 있다. 보도자료 가운데에는 기자가 출입하거나 한 두 차례 접촉이 있었던 회사에서 보낸 것들도 있지만 홍보대행사는 물론 자료의 발신원이 되는 회사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예고없는 이같은 자료가 좋은 기사로 이어지는 단초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얼굴없는 「사이버(Cyber)홍보」는 보도자료나 정보 발신자의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경우가 오히려 많은 것 같다. 어떨 때는 『대외홍보를 위해 만든 자료라면 이렇게 성의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메시지도 수두룩하다.

 보도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자나 실무자들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회사나 홍보대행사가 제공하는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기자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신생 기업들이 언론기관을 상대로 홍보를 한다는 것은 매우 버거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전화 한통없이 불특정 다수의 기자들을 상대로 E메일을 날려보내는 식의 홍보활동은 경험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행위로까지 느껴진다.

 기업들이 자신들이 땀흘린 대가를 제대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편리하게 홍보하는 방법보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성의있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산업부·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