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80);기업내부의 재정의 (11)

 로터스 디벨롭먼트(Lotus Development Corporation)의 전직 수석 연구원이자 현재 기술 투자자인 데이비드 리드는 최근 우리에게 로터스 노츠에 어떻게 OCI 방식이 채택되게 됐는지를 들려주었다. 로터스 노츠는 기업에서 근거리(LAN) 및 원거리통신망(WAN)-이제는 인터넷도 물론 포함된다-을 통해 공동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제품이다. 노츠는 90년에 발표되었는데 당시 대표 제품이던 1­2­3 스프레드시트와 관련 제품을 통합한 심포니-그 자체가 킬러앱-는 현재 거의 사라졌다. 노츠는 IBM이 33억달러에 로터스를 인수한 94년까지 회사의 주된 수입원이었으며 당시 33억달러란 인수금액은 노츠에 대한 평가액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로터스 심포니를 설계했던 유능한 프로그래머 레이 오지가 노츠의 아이디어를 고안해 낸 것은 84년이었다. 오지는 그룹 내에서 PC사용자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싶었다. 리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 같은 아이디어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들렸습니다. PC는 시장에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고 LAN도 막 시작단계여서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죠. 전자우편은 오지가 전에 근무했던 디지털 이큅먼트나 소프트웨어 아트(Software Arts)의 프로그래머들이 간간이 사용할 뿐 로터스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윈도 1.0은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지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다중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PC와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이 합리적인 가격에 상용화되기만 한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로터스의 창업자 미치 케이퍼도 그 같은 신념에 공감했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들이 언제 충족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노츠의 콘셉트를 개발하는 데 들어갈 재원에 투자하기 위해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지도자이자 예언자이기도 한 케이퍼는 오지를 로터스에 계속 붙들어둘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해결책은 노츠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양측의 이해를 조율할 새로운 투자모델이었다. 케이퍼는 오로지 노츠 콘셉트를 제품으로 구현시킬 목적하에 아이리스(Iris Corp.)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 거래구조는 독특했다. 리드에 의하면 『로터스는 계약에 따라 제품개발을 위한 자금을 책임지지만 제품에 대한 소유권은 없었습니다. 대신 정기적으로 개발과정을 점검해서 지속적인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있었죠. 그리고 로터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지원을 계속하는 한 로터스는 완성된 제품의 출시시기를 결정할 권리가 있었습니다. 만일 로터스가 자금지원을 중단하거나 출시를 포기하면 아이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업체와의 제휴를 포함해 원하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유롭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5년 뒤 로터스가 노츠를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로터스 내부에서는 아이리스에 대한 투자는 잘못된 것이며 따라서 아이리스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경영진에게 강력히 주장한 사람이 많았다고 리드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