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6)

 미국이나 유럽 여자들보다 러시아 여자들이 더 적극적인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가 만났던 나타샤라는 여자의 성격에 국한될 수도 있지만, 현지에 있는 다른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러시아 여자들은 모든 것을 능동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청혼도 여자가 먼저 하는 것이다. 여자의 적극성은 사회주의 사회의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여자도 사회 일선에 나가서 일을 하기 때문에 참여권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남녀 평등권은 노동의 참여와 평등에 더 많은 비중이 있어, 여자도 남자와 같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사용되고 있어 러시아의 공장 노동자의 32%가 여성이다. 남녀 평등이라기보다 평등 속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계급없는 사회건설이라는 소비에트의 이념이 실제는 계급 속에 파묻혀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나타샤와 나는 네프스키 대로를 걸어가다가 중간에 있는 백화점에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고스티니드브르 백화점은 그 도시에서 최고로 큰 것이었는데, 모스크바에 있는 백화점보다 유럽의 물건이 더 많았다. 이곳에도 그들 내국인을 위한 상점에는 물건이 빈약했고, 외국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면세점에는 물건이 많이 쌓여 있었다. 같은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국내용과 외국인용에는 가격 차이가 많아서 어느 것은 열배 이상 차이가 났다. 나는 외국인 상점으로 가서 그녀에게 무엇인가 선물을 하려고 했다. 액세서리가 즐비하게 놓여 있는 코너에서 그녀에게 하나 고르라고 하였다. 여자는 비싸다고 하면서 사양하였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함께 동반해 준 것에 대한 조그만 보답을 하려고 합니다. 부담 갖지 말고 하나 고르세요.』

 『정말 그렇다면 당신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주세요.』

 『액세서리는 지닐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만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도 좋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호박이 달린 금목걸이를 하나 집어들었다. 가격표를 보니 미화 100달러로 되어 있었다. 금줄은 14K였고, 호박은 커다란 대추알 크기였다.

 『참 예쁘네요.』

 여자가 펄쩍 뛸 듯이 좋아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듯해서 나는 그것을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돈을 치르려고 하는데 여자가 웃으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