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팍스 일렉트로니카

 새 천년이 시작됐다. 인터넷이 온세상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이른바 「팍스 일렉트로니카(Pax Electronica)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인터넷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전산투자는 국가나 기업, 개인이 새 천년에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들의 전산투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천년에 국가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활용하는 사례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컴퓨터업체나 시스템 사용자들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높은 것을 보면 그동안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들의 전산투자에 대한 무지와 여기에 정보담당임원(CIO)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소극적인 투자, 경쟁사를 의식한 장식성 투자는 물론 경제성보다는 당사자간의 이해나 연고 등에 의해 특정업체 봐주기식의 투자가 만연돼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이제 IT종사자들에게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여기에 시스템공급업체들의 무조건 수주하고 보자는 경쟁심리에서 비롯된 저가출혈 경쟁까지 더해져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IT분야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다른 분야에 비해 낙후된 실정이다.

 이 결과 특정업체의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바뀌면서 왜 전산투자를 했는가에 대한 당위성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프로젝트가 변질되고 수억원, 수십억원씩 투자한 전산시스템은 사무실 한켠의 고물덩어리로 전락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IT환경의 현주소다.

 정부나 기업들의 IT환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투자가 바로 새해를 맞아 「팍스 일렉트로니카」를 구현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컴퓨터산업부·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