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원전Y2K의 교훈

 2000년 0시 50분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Y2K와 관련해 아무런 사고없이 새 천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치밀한 Y2K 대비가 성공적이었음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시카와현의 한 원자력발전소에서 Y2K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이어 다른 두곳의 원전과 한곳의 화력발전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이들 일련의 사건은 그동안 총리가 TV광고에까지 나와 대국민 홍보를 벌이는 등 Y2K 대비에 각별히 신경을 써온 일본정부에 신뢰성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비록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재앙을 부를 수도 있는 「핵」을 다루는 원전에서, 그것도 하이테크 선진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일본정부의 Y2K 발생후 대처하는 방법 역시 미온적이었다. 시가 원전에서 일어난 정보전송시스템(SPDS) 오류의 경우 발생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사실확인을 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게다가 시가 원전의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NEC에 따르면 사전 테스트 작업을 소홀히 한 인재였음이 밝혀져 허탈감마저 들게 했다.

 특히 일본정부는 Y2K 발생사건을 애써 축소시키려는 노력까지도 전개해 실망감마저 주었다. 일본에서 발생한 Y2K 관련사건의 경우 본지 특별팀에 입수된 것만도 일본정부의 공식 발표(11건)의 2배나 된다.

 새 천년으로 넘어오면서 일본정부가 보여준 Y2K 대응자세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는 데 집착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서둘러 「이상무」를 발표하고 사건이 터지자 체면 차리기에 급급해 하는 모양은 선진국답지 않았다.

 전세계가 Y2K해결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도 4일 오후 4시를 기해 비상대응체제의 종결을 선언했다. 해결선언은 국민에게 안심을 가져다주고 대외적인 신뢰도에 플러스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Y2K 대응태세가 느슨한 형태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

 Y2K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수주일내 컴퓨터 장애로 인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부·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